Category저널/커버스토리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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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 전봇대를 보고 든 생각

7월의 전봇대를 보고 든 생각. 군대에 있을 때 보초를 서다가 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져 있던 전봇대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저 전봇대의 이어짐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어쩌면 서울에 있을 '그 누군가'에게도 다다를 수 있겠지?" 사실 공부의 목적도 이런 것이 아닐는지요.이어짐을 발견하는 것. 저는 공부와 삶이 괴리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대입을 위한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입만을 위한 공부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그런, 국어 공부를 함께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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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 대화가 있는 문학수업

문학 수업에 새로운 시도를 해 보았습니다. 영감은 JTBC의 예능 프로그램, '김제동의 톡투유'로부터 받았습니다. 출연진들의 말이 뼈대가 되는 것이 아니고, 청중들의 사연과 이야기가 내용의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이지요. 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미덕은, 우리들도 하고 있는 평범한 고민들을 유명한 사람들이 잘 들어준다는 데 있습니다. 나아가 편도 들어주고, 위로도 해 줍니다. 그래요, 우리들은 모두 위로가 필요한 것이었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멀리서도 방청을 가고, 서로 자신의 얘기를 하려고 손을 듭니다. 이게 참 감동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문학 시간은 대화가 없습니다. 문학을 왜 읽고 쓸까, 고민을 해 보면 '위로'라고 생각하는데도 우리 수업에는 위로가 없습니다. 작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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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 안녕, 도서관

2013년, 도서관 담당교사였던 저는 기존의 도서관 자리로부터 지금의 도서관 자리로 이동하면서 많은 꿈을 꾸었던 생각이 납니다. 비록 작긴 하지만 이 도서관을 알차게 운영하여 좋은 도서관 운영의 사례를 꽃피워야겠다고 다짐했었지요. 열악한 시설들로 인해 의기소침해지면서도, 작은 동네서점도 훌륭한 서점이 많은데 학교도서관이라고 그렇게 못할 이유가 있나! 하고 저 자신에게 용기를 마구 불어넣었더랍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들이 그래도 제법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도서관 '북콘서트'. 남들 앞에 서서 끼를 발휘하는 것을 은근히 좋아하는 '소심한 학생'들의 은밀한 욕구를 간파하고 막무가내로 출발한 기획이었습니다. 처음엔 출연진도 직접 섭외하고 그랬으나, 이내 훌륭한 학생들이 운영을 맡아 주어 금방 쉽게 자리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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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 아름다움을 향한 아이들

박민교사가 추천하는 혜화동 가볼만한 곳.― 이화벽화마을― 낙산공원― 텐바이텐 오프 매장― 다양한 북카페들 수학여행으로 서울을 갔습니다. 혜화동에서 연극을 본 후 자유시간을 주면서 조장들에게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지요. 그러고는 전 혼자 낙산공원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아내와의 추억이 서려있는 곳이라, 오랜만에 감상에 젖고자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반 아이들이 이화벽화마을이나 낙산공원을 오르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상가가 밀집된 곳에서도 충분히 즐길 것들이 많고, 본능적으로 고2 여학생들은 어딘가를 오르는 행위를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곳을 가는 도중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혜화동의 진정한 매력을 아는, 진짜 아름다움을 향해 갈 줄 아는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 중 박구영이 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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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 오랜만에, 광장

예전, 젊을 적(?) 서울에 살 때에는, 진실과 거짓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동료들과 함께 표현할 수 있는 '광장'이 있어 좋았습니다. 2017년 3월에 또 하나의 역사를 써낸 그곳을, 오랜만에 지나면서 더 많아진 요구와 아픔들, 억울함을 마음속에 담아 봅니다. 그리고, 주변의 높이 솟은 빌딩이 아니라, 낮은 곳에서 외치는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주인임을 다시 한 번, 새삼, 느껴보았습니다. ― 한 달 늦은 3월 표지의 커버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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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 이그나이트영일2016

영일고 프레젠테이션파티 ― 이그나이트영일 2016에 관하여. 하나. '배운다'라는 느낌을 선생인 저는 학생들로부터 늘 받습니다. 그들이 지적으로 우월해서가 아니라, 내가 모르는 그들의 세상을 알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10여 년 전, 야학교사로 활동하면서 깨달은 것입니다. 가난한 중학생 꼬맹이를 통해서도 가난의 대물림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배움'은 수평적인 상호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둘. 문학치료를 전공한 저는, 우리들 각자의 삶과 생각이 누구에게라도 드러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가장 평범한 이야기일수록 보편적인 힘을 얻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공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모여 4년째 운영해 온 대회가 프레젠테이션대회입니다. 물론, 이걸 경진대회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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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 가장 보통의 고등학생들. 3

장소현 학생과 함께 하는 '가장보통의고등학생들' 인터뷰 프로젝트 3번째입니다. 프로젝트에 호기심을 보인 구수민 학생의 인터뷰로 진행이 되었으며, 그리고 특별히 표지를 위해 김예원 학생이 그림을 그리고 인터뷰에도 함께 응해 주었습니다. 아주 훌륭한 학생들입니다. ^^ 이전에 몇 번 진행되는 인터뷰를 옆에서 지켜본 후 자신도 인터뷰를 하고 싶다며 귀엽게 말했던 친구와 함께 한 인터뷰입니다. 열과 성을 다해 열심히 답변을 해줘 즐겁게 진행되었으니 이 글을 보고 계시는 여러분들도 지켜나갈 수 있는 계획을 하나씩 세워 뿌듯한 한 해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Q.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7반의 긍정을 맡고 있는 해피바이러스 구수민입니다! Q. 벌써 2017년 1월의 절반이 가고 있는데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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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 가장 보통의 고등학생들. 2

메타국어에서는 그동안 혼자 만들어오던 (커버스토리)를 푸른 꿈을 꾸고 있는 학생들의 인터뷰로 진행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하였고, 장차 신문기자가 꿈인 '애제자' 장소현에게 인터뷰와 표지 사진 등의 역할을 부탁했습니다. 이 글은 10월 표지에 이은 그 2번째 글입니다. 인터뷰는 11월 말에 진행했지만, 어쩌다 보니 늦어져서 12월 표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11월 표지는 사정 상 건너뛰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기다렸을 '아무도' 님에게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__^ ― 편집자 주 겨울이 다가오고 있을 무렵, 위 사진과 같이 칠판 앞에 서서 사이좋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 두 친구를 발견했습니다! 더 예쁘게 은행잎을 그리라며 서로 티격태격 하던 두 친구와 함께 한 인터뷰! 1학년이 끝나가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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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 가장 보통의 고등학생들. 1

9월 표지는 영일고 교내 토론대회 2라운드를 치르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같은 대회의 3라운드 사진을 올리며, 이 대회에 서류심사 1위라는 파란을 일으키며 등장한 신예 돌풍 팀의 전예지 학생을 장소현 학생이 인터뷰한 내용을 커버스토리로 싣습니다. 사진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학생이 전예지 학생입니다. ^__^ 앞쪽에 둥그렇게 앉아서 뒤를 보고 있는 학생들은, 참고할 사례도 없고 논제도 없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었던 이번 토론대회에 용기 있게 참가해 준 훌륭한 학생들입니다. 이 인터뷰를 통해 평범한 고등학생의 생각을 살짝 엿보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한다.A, 우리 반에서 분위기를 담당하는 실장 같은 부실장 전예지입니다. Q. 7반에 들어가 보면 옆 벽 칠판에 그림이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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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 성과가 없어도 괜찮아

(표지는 진작에 교체했지만, 커버스토리는 올리지 않았던 것을 늦게나마 작성합니다.) 9월에 일곱 번째 교내 토론대회를 열었습니다. 매년 힘들게 토론대회를 운영하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는, 토론이 비교육적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의 토론을 지켜 보면서, 토론을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기 할 말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소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기 입장의 주장을 펼치며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과 상반되는 주장이더라도 논리적인 근거를 찾아야 하고, 그럼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우위를 심판에게 설득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제가 본 많은 아이들의 토론 장면은 소통(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일방적 말하기(스피치)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고심 끝에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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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 J의 건강한 땀

J는 땀을 많이 흘립니다. 그러면서도 운동을 좋아하여 땀에 옷이 젖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티셔츠를 여러 개 가져오지요.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참 긍정적인 학생입니다. 그런데 간혹 운동을 하다가 5교시 수업이나 야간자습 시작 시간을 미처 못 지킬 때가 있습니다. 교실에 들어간 저에게 그 순간이 포착이 되면 저는 적나라하게 노출된 이 학생의 건강한!! ― 약간은 푹신해 보이는 ― 육신을 목격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J는 땀과 함께 부끄러움도 많습니다. 부끄러움이 많은 J는 저에게 맨몸이 들키자, 황급히 방석으로 몸을 가리고 책상 뒤로 숨습니다. 몸을 더 웅크릴수록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커집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는 하지만, 벌써 몇 번째 듣는 말입니다. 귀여운 녀석이지요? 지금의 순수함이 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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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 구의역, 건대입구 방향 9-4 승강장

2016년 5월 28일 오후 5시 57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건대입구 방향 9-4 승강장에서 일어난 참담한 사건. 그냥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선생으로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구나. 우리 아이들도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가면 저렇게 위험한 일에까지 내몰릴 수도 있겠구나. 예전에 가르쳤던 제자들이 지금 저것과 같은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 라구요. 그래서, 참 많이 슬펐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파 얼마 전, 구의역에 들러 추모를 하였습니다. 마음속에 붙은 메시지만큼은, 언제라도 떨어져버리는 포스트잇이 아니길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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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 어설퍼도 괜찮아

예전, 송파공업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입니다. 그곳에 밴드가 있었는데, 교내에서 버스킹을 하고, 그 주변에 아이들이 모여 즐겁게 감상하는 모습이 매우 보기 좋더군요. 언젠가 미래의 내 제자들도 꼭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교 도서관을 3년째 맡던 해, 도서관 주관의 문화예술행사 기획을 하다가 예전의 그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도서관 자원봉사자 아이들에게 제안을 했지요. 음악 공연과 책 읽기를 접목한 '게릴라 북콘서트' 형식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흔쾌히 수락했고, 자신들 주변의 '작은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무대에 올렸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뭐가 재미있었냐면, 도서관 북콘서트만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는 것 같았거든요. '작은 무대'가 주는 편안함이 있었던 때문인지, 좀 어설프고 희한한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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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 보람찬 하루

학생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씩 봉사활동을 갑니다. 지난 달이 4월이었으니, 이제 2번 다녀왔네요.이제 2번 다녀왔을 뿐인데, 아이들의 봉사심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특히, 지난 달 장애인 요양시설 봉사에서는 시설 담당자께서 장애인 목욕을 도와달라는, 다소 뜻밖의 제안을 하셨음에도 기꺼이 나서서 목욕을 도와준 녀석들이 많았습니다. 평소에도 하는 봉사이기에, 별 두려움이나 거부감 없이 #선뜻 나선 아이도 있었고, 시설의 선생님께서 어렵게 부탁하니 한 번 의미있는 봉사를 해보자며 자원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모두 참 기특하였습니다. 옷이 다 젖어서 돌아갈 때도 "괜찮아요." 하며 웃는 여유가 참 이쁘고 부럽기도 했습니다.청소와 세차 등을 하면서도 아버지와 했던 경험을 떠올리고, 조금이라도 더 꼼꼼히 하려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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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어

지난 토요일에는 반 아이들과 함께 산행을 했습니다. 힘들어 하면서도 앞으로 그만 가자고 하면서도, "그냥 가!" 한 마디에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 녀석들이 참 멋집니다. 그러면서 생각해 봅니다. 이 녀석들이 입학한 지 한 달이 지났구나. 지금까지의 삶에서 가장 힘든 한 달이었을 텐데, 그동안 잘 버텼구나, 고맙구나, 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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