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그륵이라 쓰고 읽으신다그륵이 아니라 그릇이 바른 말이지만어머니에게 그릇은 그륵이다물을 담아 오신 어머니의 그륵을 앞에 두고그륵, 그륵 중얼거려보면그륵에 담긴 물이 편안한 수평을 찾고어머니의 그륵에 담겨졌던 모든 것들이사람의 체온처럼 따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나는 학교에서 그릇이라 배웠지만어머니는 인생을 통해 그륵이라 배웠다그래서 내가 담는 한 그릇의 물과어머니가 담는 한 그륵의 물은 다르다말 하나가 살아남아 빛나기 위해서는말과 하나가 되는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어머니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말을 만드셨고나는 사전을 통해 쉽게 말을 찾았다무릇 시인이라면 하찮은 것들의 이름이라도뜨겁게 살아있도록 불러 주어야 하는데두툼한 개정판 국어사전을 자랑처럼 옆에 두고서정시를 쓰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현대시학》(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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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 둬라"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평소 즐겨보는 칼럼 사이트이다.특히 김경범 서울대학교 교수님의 글을 무척 좋아한다. 이곳에 얼마 전 이런 글이 올라왔다. ― ‘과세특’이 초래한 암묵적 교육과정, 위선조차 필요 없도록 도덕 허물어 제목이 담고 있는 현실인식과 문제의식에는 매우 공감한다. 그러나 원인 분석과 대안 제시는 너무 아쉽다. 특히 글쓴이가 관찰한 선생님이 ‘자기평가 질문’을 활용하는 것을 보고, 마치 그 질문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표현한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다. 실제로 과세특을 써야 해서 너무 바쁘다는 학생들의 책상에는 여러 개의 질문이 빼곡히 적힌 교과별 활동지가 눈에 띄었다. 다음은 여러 과목의 과세특 활동지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질문의 리스트이다.― 바쁨의 원인이 교과별 활동지에 ..
김갑수 씨가 어느 인터넷 방송에서 말했듯이, #전한길 강사는 변한 게 아니라 원래 그런 사람이었을 것이다. 대중이 그걸 못 알아본 것일 뿐. 그러면 대중은 왜 못 알아봤을까? 연봉이나 학력, 유명세가 필요 이상의 귄위로 우리 사회에 작동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말 한마디로, 잠깐의 빛나는 순간으로만 사람을 평가하면 안 된다. 꾸준히 하는 말과 행동을 살펴야 한다. 이것은 문학(구체적으로는 서사) 교육을 통해서 해 볼 만한 일이다. 서사 안팎의 흐름을 따져서 캐릭터를 파악하고 학습자들끼리 서로 다른 점이 있다면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이중 잣대를 경계하는 것이다. 욕하는 행동도, 누군가에는 너그럽게 대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비난한다면 그게 이중..
부제: 문해력을 어휘력으로 축소시키려는 언론보도에 담긴 담론에 대하여 "각주 뜻이 뭔가요?"…성인 '문해력' 이 정도였나 / SBS / 뉴스딱 자꾸만 어휘력 부족을 문해력 부족이라고 말하는 언론과 일부 학자가 있다. 부분적으로는 그러하지만 전혀 본질을 다루지 못하기에 해결방안도 없다. 그저 모르는 자에 대한 혐오와 단어 몇 개 더 아는 것에 대한 우쭐거림을 넘어 선민의식만 양산할 뿐이다. 잘못된 담론이 자꾸만 확대재생산 되는 것 같아 매우 별로다. 어휘력을 둘러싼 ‘사건 텍스트’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그 논쟁에 담긴 숨겨진 의도와 맥락 등 담론을 알아야 한다. 누가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방식의 관계를 지향하는가. 이 경우에 그것은 ― 1. 지식 수준이나 성적으로 사람을 차별하거나 비난할..
제22회 대한민국교육박람회가 지난 15~17일 3일간 코엑스에서 열렸습니다. 저는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15~16일에 관람을 하였는데요, 국제 교육 콘퍼런스(에듀콘2025) 티켓을 구매하여 세계의 이름있는 교육자, 혁신가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부스 관람은 정말 조금밖에 하지 못했지만, 이틀 동안 종일 학구열을 불태우며 세계에서 유명한 분들의 멋진 강연을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첫째 날 올해 에듀콘의 주제는 "AI 빅뱅, 교육 혁신의 미래를 열다"였습니다.첫째 날은 플래너리 세션으로, "미래 교육의 글로벌 협력 : 기술 혁신과 지속 가능한 교육 시스템"이 주제였습니다.저는 강연을 들으며 정진호 작가님께 배운 ― 그렇지만 아직 미숙한 ― 비주얼 서머리 기술을 동원하여 저만..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가 죄스럽게 느껴져,현실과 꿈속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을 그린 것으로새해 인사를 대신합니다.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 질 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
이 글은, 우리학교에 입학 예정인 현재 중학교 3학생들을 위해 쓴 글입니다.하지만 예비고1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재학생에게도 이번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도움을 주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잘 참고해서, 겨울방학을 즐겁고도 알차게 보내기를 바랍니다. 예비 고1 학생이 겨울방학을 효과적으로 보내기 위한 국어 공부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겨울방학은 고등학교 학습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이므로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국어 공부의 기본 방향문학의 경우, 작품을 직접 감상하는 경험을 많이 해 보는 것이 가장 좋아요. 여러 작품을 읽어도 좋지만, 몇 개의 작품을 반복해서 읽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특히,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을 다시 읽어 보면 좋습니다. 중학교 때 시험을 위해 읽은 것을 ..
창섭: 엄마, 나 이제 손톱도 혼자 깎을 줄 알아요엄마: 너는 다 자랐구나.창섭: 손톱을 깎을 줄 안다는 게 자랐다는 건가요엄마: 제 몸이었던 것을 버릴 줄 안다는 걸 성장했다고 한단다.창섭: 이상해요 자란다는 건 버리는 게 아니라 커져가는 게 아닌가요엄마: 불필요한 건 버려야 필요한 것들이 커져간단다.창섭: 전 이미 똥도 오줌도 버려온걸요엄마: 그건 나온 것이라고 한단다.창섭: 엄마는 나를 버렸어요엄마: 그건 낳은 것이라고 한단다.창섭: 엄마, 나는 손톱을 먹을 줄도 알아요엄마: 발톱을 먹을 수는 없잖니? 그런 건 버릇이라고 한단다.창섭: 저는 자꾸 자라나는 버릇이 있어요엄마: 고치지 않을 것이잖니? 그렇다면 버릇이 아니란다.창섭: 엄마는 아니라고 할 줄밖에 몰라요엄마: 너는 내 안에 있었단다.창섭: ..
기업가정신교육 자기평가보고서에서 평가하는 항목은 위의 6가지입니다. ①~⑤는 교육과정 상의 국어과 성취기준에서 가져온 것이고,⑥은 기업가정신교육이 목표로 한 것들입니다.이 중에서 ⑤번 '형식 및 어법 준수'는 따로 내용 작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쓰여진 내용 전반을 살펴보고 평가하는 것입니다.그러므로 여러분이 작성해야 하는 요소는 크게 5가지입니다. 의사소통역량에는 이런 내용을 쓰면 돼요. 결과물(포스터, 제작물)이 나오기까지 팀 내에서 자신이 어떤 의견을 제시했나?팀 내 회의에서 다룬 여러 주제들을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자신이 어떤 기여를 했나?친구들과 아이디어에 대해 소통한 내용과 결과 (무엇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 결과는 무엇인가?) 정보 전달 및 설득적 글쓰기에는 이런 내용을 쓰면 돼요. 결..
여름 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지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뭇군패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들 있으나 석윳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춥춥스럽게 날아드는 파리떼도 장난군 각다귀들도 귀치않다. 얽둑배기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생원🧔♂️은 기어코 동업의 조선달👨🦱에게 낚아보았다. “그만 거둘까?" “잘 생각했네. 봉평장에서 한번이나 흐뭇하게 사본 일 있을까. 내일 대화장에서나 한몫 벌어야겠네. " “오늘밤은 밤을 새서 걸어야 될걸?" “달이 뜨렷다?" 절렁절렁 소리를 내며 조선달👨🦱이 그날 산 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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