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

 

 

여러분들은 누구를 찾고 싶어요?

─ 페이커요.

페이커? 그 분 게이머 아니에요? 게이머 되는 게 꿈이야?

─ 아니요. 

(웃음)

 

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어요?

─ 감동적이었어요.

뭐가요?

─ 노력해서 됐을 때.

그렇죠. 뭔가 되니까 감동을 주지요. 저렇게 노력했는데도 결국 끝내 안 되었다면 "아, 이런 게 세상이구나."하며 슬펐을 거예요. 

그런데 실제 현실은 되는 게 많을까요? 안 되는 게 많을까요?

─ 안 되는 게요.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을 만나겠다는 목표 하나가 있었어요. 그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여러 시도를 했고 결국 이루어냈어요. 그런데 현실에서는 목표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죠. 그 중에서 실패하는 목표가 훨씬 많을 거예요. 실패가 기본값이니 좌절할 필요도 없어요.

 

또 다른 의견은 없나요?

─ 겁이 없어요.

다른 표현으로 용기 있어 보였다고 이해해도 돼요?

─ 네.

어떤 행동이 특히 용기 있어 보였어요?

─ 거절당하는 데도 계속 전화 통화를 시도하는 거요.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요?

─ 굳은 신념?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런데 내가 말해 주고 싶은 것은 이거예요. "전화를 걸어도 거절 당할 거야"라는 생각은 영화 속 학생들이나 보통의 우리들이나 똑같이 하는 생각일 거예요. 그렇죠?

─ 네.

그런데 그 다음이 달라요. 보통의 우리들이 "그러니까 말자."라고 하는 데 비해, 영화 속 인물들은 "그렇지만 한 번 해보자."라고 하거든요. 실패를 받아들이는 태도과 관점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어떤 의미에서는 그리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어요. 

 

나는 내가 어른이라 그런지 '어떤 어른이 될까?'라는 생각을 이 영화를 보면서 했어요.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나?

여러분들도 다 어른 될 거잖아요. "내 제자들은 장차 어떤 어른으로 자라면 좋을까?"라고 생각을 해 봤어요.

다 거절했는데 봉준호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된 사람이 있죠? 홍경표 촬영감독님. 그분도 28살에 영화판으로 갔댔죠? 되게 늦은 거예요. 그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인터뷰에서 얘기를 하지요?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니까 학생들의 연락을 지나칠  수 없었던 거예요.

여러분들도 살면서 시련이 있을 겁니다. 새로운 도전에 어쩔 수 없이 실패하고 시련을 겪을 수도 있을텐데 그게 안 좋은 게 아니에요. 실패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을 품을 수 있는 포용심이 더 넓어질 겁니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봉준호 감독을 카페에서 만났을 때 학생들이 보이는 태도예요. 봉준호가 하고 있는 작업이 끝나서 카페를 나설 때까지 기다려요. 이런 예의를 내 학생들이 갖추었으면 해요. 그런데 내가 말하는 예의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만 지켜야 하는 게 아니에요. 서로서로 지켜야 하는 거예요. 서로의 영역과 취향과 마음은 존중하고 표현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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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