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샷

 

 

뭐가 재밌었어요?

─ 시작부터 갑자기 헤어지자고 말하는 거요.

서사적으로 그런 장치는 독자 또는 청중, 관객에게 돌발적인 상황을 줌으로써 주의를 집중시키고 흥미를 유발하는 효과를 주겠죠?

 

이 영화에는 남자와 여자, 두 캐릭터가 주요 인물인데 그 중 남자 캐릭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 (침묵)

주변 친구들하고 삼삼오오 모여서 "저런 남자 어때?" 하고 서로 물어보세요. "왜?"라고 추가 질문을 적어도 세 번씩 하구요.

─ (웅성웅성) 불쌍해요... 등등등

자 이제 여자 캐릭터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세요. "저런 여자 어때?"

─ (웅성웅성) 이기적이고 즉흥적이에요... 등등등

 

남자의 성격을 알 수 있는 장면이 맨 처음에 나오잖아요? 학과에서 간식나눔행사로 나눠주는 닭강정을 받으러 갔는데 한 개밖에 안 남았어요. 주인공 커플이 먼저 왔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걸 남자 주인공이 뒤에 서 있던 여자한테 양보해요. 그걸 통해서 어떤 성격이라는 걸 알 수 있나요?

─ 착하다, 양보도 잘한다..

근데 저런 남자가 남자친구면 어때요?

─ 귀여워요.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계속 양보하게 되면요?

─ (머뭇머뭇)

여튼, 되게 남자 캐릭터는 멸종 위기종인 것 같긴 해요. 요즘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착한 사람.

제목인 금사빠는 여자 주인공을 가리키는 것 같긴 한데 이 사람은 친구로선 어때요?

─ 좋아요

여자 친구로선 어때요?

─ 싫어요.

왜요?

─ 사기 칠 것 같아요.

사기요? 사기는 상대방을 속이는 거잖아요?  근데 이 여자 캐릭터는 되게 정직해요. 거짓말을 못해요.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마음'이고 '감정'이잖아요? 여러분은 마음을 어찌할 수 있나요? 마음은 어찌할 수 없어요. 그냥 그렇게 되는 거죠.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죠.

대개는 연애 중에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들어도 그냥 그걸 숨기고 말 안하고 계속 사귀거든요. 그죠? 그러면 속이고 계속 관계를 유지하는 게 나쁜 거예요, 아니면 이렇게 솔직히 얘기하고 헤어지자고 하는 게 나쁜 거예요?

─ 둘 다 나빠요.

둘 다 나쁜데 마음은 어쩔 수 없잖아, 그건 다 인정하잖아요? 연애의 대상 외에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아예 안 들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수많은 커플이 열렬히 사랑하다가도 헤어지고 그러는 거겠죠.

아무튼 보통의 경우는 변한 속마음을 속이고 그냥 사귀잖아요. 그게 안전하니까. 그런 그런 사람하고 비교했을 때 이 여자 주인공을 비난할 수 있나요? 어때요? 주변 친구들하고 얘기해 보세요. "넌 이 여자를 비난할 수 있어?"라고.

─ (웅성웅성)

여자 주인공을 변호해 볼 사람 있습니까? 이 여성은 악녀예요?

─ 예.

왜요?

─ 남자애가 불쌍하기 때문예요.

 

우리는 이 여자를 비난할 수 있나? 남자는 왜 저러는 건가?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죠.

여러분은 남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어요? 왜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도 떠나지 않고 오히려 여자를 도운 걸까요?

─ 나 아니면 아무도 이 여자를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요.

그래요? 둘이 화해하고 마지막에 낙지 칼국수 먹으러 갔나요?

─ 아니요.

헤어진 거죠? 결말은 어떻게 생각해요? 이 두 사람은 헤어져야 마땅한 커플입니까?

─ 아니요...

그리고 이 결말은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질문을 던져봐야 해요. 결말에 보니까 여자가 기억하는 첫만남과 남자가 기억하는 첫만남이 좀 같아요. 그쵸?

─ 네.

어떻게 달랐죠? 여자는 남자의 고백을 들었던 경험을 통해 "너도 금사빠잖아."라고 생각해요. 그죠? 왜 그렇게 생각했죠?

─ "첫눈에 반했습니다."라고 얘기 했으니까...

그렇죠. 그러니까 너도 금사빠고 나도 금사빠니까 자신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을 정당화해요. 근데 그 첫눈에 반한 타이밍이 고백한 타이밍하고 같지는 않죠? 그럼 엄밀히 말해서 남자는 금사빠에요, 아니에요?

─ 아닌 것 같아요.

남자는 여자를 오래 전에 본 거 같애요. 고백하기 전에, 훨씬 전에 여자를 이미 보았어요 .이 해석에 동의합니까?

─ 네.

물론 그때 사랑에 빠졌는데 고백하기까지 시간 차가 있었던 거 같아요. 동의해요?

─ 네.

아마 되게 많이 연습했을 거예요. 그렇죠?

─ 네.

되게 많이 연습하고 그래서 이제 '오늘은 고백의 날이야' 하고 갔겠죠. 강의실에 혼자 있는 줄 알고 고백을 했는데, 그렇게 하기까지 그 타이밍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렸을까요? 그 기분 알아요? 

─ 몰라요.

근데 그 남자의 의도대로 성공을 못 했죠. 왜냐면 그 자리에 엑스트라가 1명 있었어요.

─ (웃음)

남자는 되게 사려 깊은 사람인 거 같애. 내 생각에. 좋아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섣불리 고백하기보다는 그 연습을 되게 오랫동안 하고 타이밍을 잡아서 고백을 하고, 심지어 그 여자가 헤어지자고, 오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헤어지자고 갑자기 뜬금 없이 얘기했는데도 그걸 배려해 주는.

이런 남자를 우리는 뭐라고 부르죠?

─ (웃으며) 호...구...?

그래요. 호구라고 부르는데 스스로 호구가 된 케이스죠. 

그러나 사실은 '매우 자상하고 너그러운 남자', '무해한 남자'예요.

 

그래서 나는 여러분에게 '이런 남자 참 좋은 남자인거 같다.', '이런 남자가 되어 봐도 괜찮을 것 같다.', '이런 남자를 만나라.'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왜냐면, 일단 안전해. 안전한 남자를 만나야 해요. 나를 해칠지도 모르는 남자를 만나지 마세요.

나랑 사이가 좋을 때는 절대로 나를 해치지 않을 거예요. 근데 나랑 사이가 안 좋을 때 해칠지 모르는 남자가 더러 있어요. 그러면 안 돼요. 잘 골라야 됩니다. 알겠죠. 이 남자는 안전해요. 안전해. 속은 알 수가 없으니 저렇게 행동하는 남자를 만나면 돼요.

되게 기분이 나쁘고 속상한데도 떠나지 않잖아. 그 자리에 있어 주잖아. 내가 좋은 남자를 알아보는 방법을 가르쳐 줬습니다, 여러분.

 

또한 여자에게 있는 솔직함이라는 덕목이 부러워요. 되게 갖고 싶은 덕목이에요. 매우 탐납니다. 어떻게 저렇게 솔직할 수 있지?

왜냐면 보통 타인의 감정과 관계 때문에 솔직하기를 주저하거든요. 나는 특히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라서 그래요.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이 여자의 솔직함이 되게 부러웠습니다. 엄청난 초능력처럼 느껴지기까지 해요. 더군다나 마이크를 대고 얘기 하잖아요.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다고.

 

다음으로, 마지막 장면에서 이 남자의 선택, 여자에게 가지 않고 뒤돌아서서 돌아가는 이 남자의 선택은, 글쎄요, 이렇게 관계가 한 번 이렇게 틀어지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좀 알고 있는 약간 어른스러운 자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자보다 아름다운 사랑인 거 같아요.

 

자, 오늘은 <금사빠>라는 영화를 봤구요. 단순한 어떤 예쁜 사랑보다도 사랑을 하는 남자와 여자의 모습, 그들의 선택, 어떤 사람이 서로에게 상처 주거나 상처 주지 않는 사랑의 모습인지 이야기를 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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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