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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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짐을 볼 줄 아는 공부


커버스토리 연재를 잠정 중단하기 직전인 2017년 7월의 커버스토리에서 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어짐’을 배우는 국어 공부를 꿈꾼다고 썼었습니다. 그 생각에 몇 자를 덧붙이는 것으로 새로운 시작을 열고자 합니다.


이어짐은 그냥 봐선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을 보려면 가만히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오늘 무사히 학교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아침에 나를 깨워준 부모님이 있었기 때문이고, 차를 운전해 준 버스 기사님이 있기 때문이며, 그 과정 속에서 나와 함께 걷고 버스를 타고 교문을 통과한 내 동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내가 깨끗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청소해 준 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누구의 탄압도 받지 않고 우리말과 글로 공부할 수 있는 것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말과 글을 지키고 아껴온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것들에게서 인과를 발견하게 되고 누군가의 배려를 깨닫게 되면서, 나 또한 다른 사람들의 존재에 영향을 주는 존재임을 알게 됩니다. 이런 게 매우 중요합니다. 세상의 이러한 이치를 깨닫고 자신을 성찰하고 스스로를 겸손하게 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을 간단하게 말하면 '역사의식' 또는 '시민의식'이라고 하지요.

어떻게 생각해 보면, 역사의식은 죽은 자들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아는 것입니다.

시민의식은 산 자들과 잘 어울려 살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사실 그러고 보면, 굳이 '사람과 사람'으로 한정 지을 필요도 없네요. 사람과 자연의 이어짐도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문학을 읽으면 다양한 인물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다양한 결과들을 보게 됩니다.

문법을 공부하면 한 음운이 다른 음운에 영향을 주어 발음이 달라짐을 알 수 있습니다.

화법을 공부하면서 의도치 않은 작은 표현 하나가 오해와 공감을 가를 수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관계가 유지될 수도 있고 파괴될 수도 있음을 말이지요.

작문을 배우며, 글의 구성 요소들이 주고받는 영향의 크기를 실감하게 됩니다.

다양한 비문학 글들을 읽으며 세상이 다양한 이치와 네트워크 속에서 운용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표지 사진은 나뭇잎입니다.

나뭇잎의 줄기 또한 그냥 봐선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나뭇잎이란 그 자체가 하나의 존재가 아니라

무수히 많은 선들로 연결된 것임을, 그들의 관계로서 구성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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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영감을 준 매체와 책들 ―

EBS “고맙습니다” 캠페인.

아인슈타인 “나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정철 “카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