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은 말을 할 때면 장황하게 하면서, 이리저리 둘러대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꼭 들어맞지 않는 것이 없었고 그 속에 풍자를 담고 있었으니, 달변가라 하겠다. 손님이 물을 말이 다하여 더 이상 따질 수 없게 되자 마침내 분이 올라, ㉠ “옹께서도 두려운 것을 보셨겠지요?” 하니, 옹이 말없이 한참 있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두려워할 것은 나 자신만 한 것이 없다네. 내 오른쪽 눈은 용이 되고 왼쪽 눈은 범이 되며, 혀 밑에는 도끼를 감추고 있고 팔을 구부리면 당겨진 활과 같아지지. 차분히 잘 생각하면 갓난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으나, 생각이 조금만 어긋나도 짐승 같은 야만인이 되고 만다네. 스스로 경계하지 않으면, 장차 제 자신을 잡아먹거나 물어뜯고 쳐 죽이거나 베어 버릴 것이야. 이런 까닭..
남파 간첩으로 체포되어 21년을 복역하고 작고한 작은할아버지의 생애를 석사 논문의 주제로 삼은 손자는 할아버지에게 과거사를 묻는다. 손자는 할아버지의 반응을 이끌어내려 노력하는 한편, 다른 가족에게서도 작은할아버지의 행적에 관한 증언을 듣고 기록한다. (가) 작은할아버지의 생애와 그분이 살았던 시대를 두고 석사 논문을 쓰겠다는 마음이 애초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분이 설령 남이라 해도 분단 현실에 희생양으로서 당신 생애가 관심을 끌 만했는데, 제삼자가 아닌 바로 우리 집안 어른이었다. 논문 부제로 붙인 ‘분단 시대 어느 사회주의자의 생애’에 합당한, 고난으로 점철된 그분 생애는 누구든 정리해 볼 만한 값어치가 있었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고 남북 화해 물꼬가 햇볕 정책이란 이름으로 트이자 북한에 ..
(가) 집도 많은 집도 많은 남대문턱 움 속에서 두 손 오구려 혹 혹 입김 불며 이따금씩 쳐다보는 하늘이사 아마 하늘이기 혼자만 곱구나 거북네는 만주서 왔단다 두터운 얼음장과 거센 바람 속을 세월은 흘러 거북이는 만주서 나고 할배는 만주에 묻히고 세월이 무심찮아 봄을 본다고 쫓겨서 울면서 가던 길 돌아왔단다 띠팡*을 떠날 때 강을 건늘 때 조선으로 돌아가면 빼앗겼던 땅에서 농사지으며 가 갸 거 겨 배운다더니 조선으로 돌아와도 집도 고향도 없고 거북이는 배추꼬리를 씹으며 달디달구나 배추꼬리를 씹으며 꺼무테테한 아배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배추꼬리를 씹으며 거북이는 무엇을 생각하누 첫눈 이미 내리고 이윽고 새해가 온다는데 집도 많은 집도 많은 남대문턱 움 속에서 이따금씩 쳐다보는 하늘이사 아마 하늘이기 혼자만 ..
독서토론부 소설 분과에서는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를 읽었습니다.재작년에 '독서와 토론회'에서 다룬 책이기도 합니다.참여한 학생들은 질문을 생성하고 이에 대해 서로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대화에 임해 주었습니다. 공감 능력 자체를 선천적으로 타고 나지 못한 아이가 주인공인데요,이런 사람을 우리는 환자라고 부르지요.그럼 다시, 질문을 새로 해 볼까요?윤재가 환자인 이유는 편도체가 고장났기 때문인가요?아니면, 공감 능력이 없기 때문인가요? 후자라면, 나는요? 우리는요? 우리 사회의 수많은 어른들은요? 타인의 아픔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국회의원들은요?아무렇지도 않게 학교폭력을 행하는 가해자들은요? 이런 생각들을 하면, 새삼 무겁게 다가오는 소설입니다.환자들은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말이죠... 이 소설에 대한 많..
(2019.04.22(월) 2교시에 정정) '박민 쌤 만세' 모둠의 댓글(2019.04.17 16:23)에 피드백한 내용에 오류가 있어 정정하였습니다. (2019.04.24(수) 4교시에 정정) '이진택'이 작성한 댓글(2019.04.17 12:40)에 피드백한 내용에 빠뜨린 것이 있어 추가하였습니다. (2019.04.24(수) 4교시에 정정) ‘윤백현너를만나’ 모둠의 댓글(2019.04.17 16:24)에 피드백한 내용에 오류가 있어 정정하였습니다. 혹시 미리 확인한 학생은 반드시 다시 점검하기 바랍니다. 현진건의 '고향'에서 아래 선택지 및 의 밑줄 친 개념이 있는지 찾아봅니다. 1. 일단 혼자 합니다. (20분) 있다면? 해당되는 개념어를 쓰고 근거를 메모합니다. 없다면? 통과합니다. 2. 모둠원들..
현진건의 ‘고향’을 읽고 이를 라디오 드라마로 만들어 봅니다. 그냥 읽기(연습, 15분) ➔ 제작 회의(10분) ➔ 제작(20분) ➔ 유튜브 등록 및 댓글 작성(5분) 4인 모둠의 경우, ― 역할1: 촬영감독(낭독하는 동안 교과서의 해당 내용을 촬영합니다. 사람은 찍지 않습니다.) 및 음악감독(장면 전환의 음악을 부릅니다.) 역할2: ‘나’ 역할3: ‘그’ 역할4: 지문 읽기 5인 모둠의 경우, ― 역할1: 촬영감독(낭독하는 동안 교과서의 해당 내용을 촬영합니다. 사람은 찍지 않습니다.) 및 음악감독(장면 전환의 음악을 부릅니다.) 역할2: ‘나’ 역할3: ‘그’ 역할4: 지문 읽기 1 역할5: 지문 읽기 2 (지문 읽기 1과 2는 적절하게 분량을 배분하여 읽으면 됩니다.) 소설 전반적으로 ‘그’를 대하..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 그때 많은 어른들은 아직 여리기에 지나지 않았던 수많은 생명들을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이 세상은 아직도 여전합니다. 이후로도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생겼고 더 어린 생명들이 희생당했어도, 제자 같은 하청 노동자들이 가난이 죄가 되어 소리 없이 스러져가도, 오히려 점점 더 옅어지는 죄책감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요구는 우리가 얼마나 '각자 살아가는 일'에 매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 '나를 내려놓는 일' 만큼이나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아직 진도 앞바다에는 여전히 실종자들이 남기고 간 정신이 있습니다. 그 마음이, 그 아픔이 아직도 있다는 것을, 봅니다. (글의 제목은 루시드폴의 노래에서..
우리는 지금 교과서에 있는 작품 네 편을 중심으로 학습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한 작품씩 나누어서 분석을 했는데요, 이번에는 같은 작품을 고른 학생끼리 모여서 함께 깊이 있게 논의하고, 그 결과를 다른 모둠원들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1. 지난 시간에 분석한 작품이 같은 사람끼리 모여서 다음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모임 장소는 아래 지침을 따르세요. 사랑(김수영) ― 대출반납대 모든 첫 번째가 나를(김혜수) ― 남쪽 아이맥 봄(이성부) ― 학생관(매점) 쪽 첫 번째 아이맥 껍데기는 가라(신동엽) ― 학생관(매점) 쪽 두 번째 아이맥 사랑(김수영) (1) 시적 화자는 무엇을 보고 있나? (2) 그것은 어떤 특징이 있나? (3) 그런 특징이 있음에도 ‘사랑’일까? (4) (관점 더하기) 이 시가 4..
현재형 어미를 사용하여 시적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시에서 활용되는 모든 표현 방법은 대상이나 주제를 독자에게 실감나게 전달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표현 방식은 시적 대상을 생생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어요. 가령 시가 죽음을 다루고 있어서 생생함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이지요. 그러나, 시가 죽음을 다룰지라도 그 상황을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효과가 있겠지요? 따라서 '생생함'이란 대상의 상황이 아니라, 그 상황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나 효과에 대한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비슷한 개념으로 '생동감'이 있습니다. * [A]와 [B]는 모두 의성어를 활용하여 대상의 생동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름’과 ‘감’을 감각적으로 표현하여,..
색채어를 활용하여 대상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할게요. 모든 시에는 '감각적 형상화'가 있습니다. '감각'과 '형상화'라는 말은 모두 이미지(심상)와 비유와 관련이 있습니다. '감각'은 우리가 느끼는 것이지요.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을 통해 느낍니다. 그렇게 해서 느끼게 되면, 우리는 대상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게(=보게) 됩니다. 그것이 '형상화'입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정리가 가능합니다. 감각적 형상화 = 형상화 = 감각화 = 감각적 표현 시는 기본적으로 감정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그 감정은 보이지 않아요. 감정만 얘기해서는 상대방이 잘 느낄 수 없어요. 그래서 구체적으로 '~처럼', '~듯이'와 같은 비유나 심상을 통해 전달합니다. 그러면 구체적이 되고, 상대방이 조금..
설의적 표현을 통해 대상의 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설의적 표현은 설의법이라고도 하며, 그 의미는 '알고도 묻는 것'입니다. 왜냐면, 강조하고 싶으니까요. 위 선택지에서도 확인이 되죠? 그러므로, 굳이 안 물어도 되는 것을 묻고 있다면 그건 설의적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 판단이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헷갈려 하거든요. 심지어 물음표가 있으면 몰라서 묻는 거고, 설의법은 물음표가 없는 것이라고 서로 설명하는 학생들도 보았습니다. ㅠ 의문문인 원래의 내용을, 그것을 부정하는 평서형으로 바꾸었을 때 그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다면 설의적 표현입니다. 다음의 예를 보지요. 공든 탑이 무너지랴? ➔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는다. (유미 유사함. 설의 O) 지금 바로 떠나겠으냐? ➔ 지금 바로 떠나지 않겠다..
유사한 통사 구조를 반복하여 문제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유사한 문장 구조를 사용하여... '통사 구조'란 쉽게 말해 '문장 구조'입니다. 그런데 유의해야 합니다. 반복되는 것이 '문장'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구조'의 반복은 어떻게 볼까요? '조사'와 '어미'를 중심으로 보는 것이 가장 쉽습니다. (사례1) 모든 첫 번째가 나를 끌고 다니네 아침에 버스에서 들은 첫 번째 노래가 하루를 끌고 다니네 (이하 생략) 위는 '모든 첫 번째가 나를'이라는 시의 1연과 2연의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이 부분만 보더라도 빨간색으로 표시된 조사와 어미로 인해 구조가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유사한 통사 구조의 반복입니다. 아래도 볼까요? (사례2) 비가 새어 썩은 집을 그 누가 고쳐 이며 옷 벗어 무너..
자연물을 이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이런 선택지를 만나면 의외로, 자연물이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헷갈리나 봅니다. 시를 이해하는 데는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편합니다. 남성/여성, 도시/농촌과 같이 말이지요. 그러면 자연물의 반대 개념은 무엇일까요? 인공물이겠지요? 즉, 인공물이 아니라면 자연물입니다. 풀, 나무, 토끼, 하늘, 바람, 돌 등등 말입니다. 단, 자연물이든 인공물이든 구체적 대상이어야 합니다. 구체성을 획득해야 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이나 추상적인 사물은 자연물이 될 수 없음에 유의하세요.
깨달음이면 깨달음이지, 역설적 깨달음은 또 무엇이냐 싶지요?'역설적'이란 어울리지 않는 것이 함께 있는 것입니다.그러니까, 깨달을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깨달아 버릴 때 우리는 역설적 깨달음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겠습니다.예를 들어 볼게요. 깨닫는다는 것은 좋은 거지요? 그러므로 안 좋은 상황이 와야 역설적 상황이 됩니다. 안 좋은 상황(고통, 절망)에서 깨달음을 얻었을 때 역설적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공감각'이란 감각의 전이가 일어난 것을 말합니다.'전이'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아 자리나 위치가 바뀐 것입니다.문학에서는 이런 것이 주로 '수식어+피수식어', 또는 '주어+서술어'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푸른 종소리 (수식어+피수식어)종소리가 푸르다 (주어+서술어) 위와 같은 것은 공감각적 심상입니다. 청각의 시각화이지요. 그런데 이를 복합감각과 혼동해선 안 됩니다. 아래와 비교해 보세요.아래는 복합감각이지, 공감각이 아닙니다.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두 개의 감각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나열된 것에 불과하지요.공감각적 심상과 달리 주로 '-고'와 같은 '연결어미', '와/과' 등의 접속조사, 쉼표 등에 의해 실현된다는 점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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