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TV에서도, 라디오에서도, 인터넷 포털에서도 온통 고마웠던 선생님 얘기다. 지금의 '나'가 있을 수 있도록 좋은 영향을 준 모든 분들이 스승일 텐데, 어쩌면 삶의 가장 작은 것을 큰 것처럼 가르쳐 주었을 '교사'들만 이 날에 주목받는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이런 현상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적다고 말하는 어느 중학생의 글을 읽고 크게 공감한 적이 있다. 그 학생처럼 많은 학생들이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삶에 유용한 배움에 있어 학교가 차지하는 지분이 어느 정도인지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평생교육과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SNS와 온라인 학습이 일반화된 시대에 유독 '교육' 이슈에서만큼은 전근대로 회귀한다. '배움=학교'라는 틀을 깨뜨려야 한다. 배움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스승은 교사의 동의어도 아니다.

 

비록 하루에 불과하지만, 단지 선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전국민에게 고마움 표현의 대상이 되는 건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단지 선생이라는 이유만으로 학생들에게 받는 감사 표현을 당연하다 여기는 선생들도 가엾다. 그냥 요란한 단발성 이벤트 같다. 아무 권한도 권력도 없는, 오히려 숨은 곳에서 묵묵히 우리들에게 가르침과 깨달음을 주는, 그런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날이었음 좋겠다.

 

세상은 넓고, 학교는 좁다.

 

사진, 호모 구거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