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인성영화제도 애초에 기획했던 모습으로는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쉬운대로 첫 번째의 감상 방식을 유지하되, '글쓰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챗봇을 활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사용하기로 한 챗봇은 '미주(Mizou)'입니다.
디지털융합지식협동조합에서 주최한 워크숍에 참여해서 배워온 도구입니다. 챗봇과 대화한 기록이 모두 관리자에게 제공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졌습니다.
미주를 도입한 것은 그 전에 패들렛에 글을 쓰는 것이 너무 단조롭다고 여겼기 때문인데요, 결과적으로 썩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습니다만,
학생들에게 좋은 독립영화를 보여줄 수 있었던 점,
영화 본 것을 바탕으로 바로 인공지능 챗봇과 대화한 생산적인 경험을 미약하게나마 줄 수 있었던 점 때문에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활동입니다.
영화 선정과 스트리밍을 할 수 있는 링크 제공, 영화 소개 등은 모두 영화진흥위에서 운영하는 인디그라운드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
<영일인성영화제>
인성영화제는 단편영화가 주로 다루는 '소외', 즉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다룬 짧은 영화들을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필요한 수준의 인성이 길러지리라는 믿음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수준의 인성'이란 시대착오적이지 않은, 그러니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관계맺음의 방식'이에요. 다름을 받아들이고 그것들에 너그러운 태도를 갖는 것이에요.
아래 네 편의 단편영화 중 하나를 골라
학급이 단체로 감상하고
챗봇과 대화하세요.
챗봇과의 대화 시간은 30분이고,
입장할 때 반드시 이름을 ‘학번 이름(실명)’으로 설정하세요.
(그래야 참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관 과대증 소녀
📌 중학생인 지리나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과민대장증후군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매일 극심한 배변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배가 아파도 친구들 눈치를 보느라 화장실에 간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리나는 자신의 코를 주먹으로 때려 코피를 낸 다음 양호실에 가는 척 교실을 빠져나오기도 합니다. 기말고사 당일, 시험을 보던 리나는 큰 복통을 느끼고 고통에 몸서리칩니다. 그런데 리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주변인들의 킥킥거리는 웃음소리와 시선들입니다. 리나는 마침내 모든 두려움을 자기 자신이 만들어 낸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감독은 강박과 불안이 만들어 내는 개인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우리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불안과 강박의 생각들은 일상 곳곳에 침투해 자기 자신을 갉아먹곤 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과민대장증후군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마침내 “널 괴롭히는 건 타인이 아닌 너 자신이 아닐까?”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은 리나는 두려움의 실체가 무엇인지 직시하게 됩니다. 배가 아픈 것은 내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을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 영화는 자기 자신의 불안과 강박을 마주하는 리나의 성장기를 애니메이션의 다채로운 표현 방법을 활용해 보여줍니다.
#질병 #타인의고통 #정신건강 #공감과지지 #애니메이션
2관 계란 카레라이스
📌 일이 끝난 뒤 지친 몸을 이끌고 한 여자가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지난 일을 회상합니다. 오늘 하루를 보내며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옵니다. 곧이어 요리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여자는 계란 카레라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재료를 하나씩 썰어 넣고 카레를 끓이는 과정이 차례로 보입니다. 짜증, 분노, 무기력을 혼자 삭히지 않고 이 모든 것을 카레에 넣어버립니다. 맛있는 계란 카레라이스를 한입 먹자 웃음이 터지고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 장르입니다. 애니메이션은 무궁무진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실사영화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줍니다. 상상력을 그대로 펼쳐낼 수가 있습니다. 요리를 하는 일상적인 상황을 통해 한 인물이 하루를 보내며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을 흥미롭게 전개해 나갑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모습을 요리하는 과정과 결부시켜 해소시키는 점이 돋보입니다. 감독은 카레에 있는 강황이 나쁜 기억을 잊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언급합니다. 맛있는 것을 먹고 나쁜 기억을 잊어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의 상상력을 따라 나만의 감정해소 방법을 떠올려 보게 됩니다.
#스트레스 #일상 #감정해소 #심리 #부정적감정
3관 토요일 다세대주택
📌 토요일은 쉬는 날입니다. 금요일은 짧아서 싫고, 일요일은 월요일 바로 앞이라 싫고, 토요일이 제일 좋지요. 이처럼 소중한 토요일을 맞아 오랜만에 아이들과 놀아주는 집도 있을 테고, 알차게 취미생활이나 자기 계발을 하는 집도, 미뤄두었던 보수 공사를 하는 집도 있을 것입니다. 다세대 주택에 사는 주민들은 모두 저마다 행복한 토요일을 보내고자 합니다. 그런데 집을 좀 꾸며보려던 기린 아저씨의 망치질은 곤히 잠든 윗집 토끼 아기를 깨우고 곰 아주머니의 운동 생활은 아랫집 코알라 할아버지의 글쓰기를 망쳐버립니다. 그저 즐겁게 주말을 보내고자 했는데 이게 웬 방해래요. 기린 아저씨, 토끼네 집, 곰 아주머니와 코알라 할아버지는 각각 토요일을 방해한 이웃들에게 복수를 합니다. 그런데 그 복수는 한 바퀴를 돌아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고 맙니다. 복수를 하느라 하루를 망쳐버리고 나니 이미 소중한 주말은 다 지나버렸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풍겨오는 고소한 냄새에 하나둘 옥상으로 모여듭니다. 서로를 막던 벽이 사라지고 보니, 이웃은 복수하고 괴롭혀야 하는 적이 아니라, 위험에 처하면 도와주고 맛있는 걸 나눠 먹을 수도 있는 친구였습니다.
오늘날 층간 소음은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대부분 벽과 천장을 사이에 두고 모여 사는 데다가, 특히 잘못 지어진 집에서는 아주 사뿐사뿐 걸어도 큰 소리가 나고 말아요. 실내화를 신고 뛰어다니지 않는 일도 중요하지만, 영화에서 말하듯 무엇보다 벽 너머에 사는 사람이 친구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용서하거나 용서받으며, 화해하고 좋은 방법으로 해결한다면 층간소음 때문에 소중한 토요일을 망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공동체 #친구 #화해 #이웃갈등 #층간소음
4관 닻
📌 이상한 뉴스 보도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하늘로 떠올라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뉴스는 이 현상이 특정할 수 없는 다수에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정확한 요인을 파악할 수 없다고도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질문합니다. 과연 그 현상을 겪는 사람을 특정할 수 없는지를요. 그리고 정말 요인이 없다고 말할 수 없는지를요. 현상은 자기도 모르게 다가오는 것일까요. 아니면 불러오는 것일까요.
이 영화는 두 가지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하나는 세상을 등진, 등지려는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주인공의 경우 취업이라는 커다란 문턱에서 좌절한 끝에 비관적인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중요한 점은 개인이 그러한 선택을 내리게 하는 사회적인 요인 혹은 구조를 바라보게 하는 방식입니다. 다른 하나는 하늘로 향하는 사람들을 붙잡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영화는 그들을 “닻”이라고 부릅니다. 닻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사람들일까요?
#취업 #실업 #청년 #자살 #가족 #치유
*도움 주신 곳. 영화 소개 자료 출처: 인디그라운드(indieground.kr)
미주(Mizou)로 글쓰기를 어떻게 시켰나?
미주는 인공지능으로 대부분의 설정을 할 수 있어서 입문하기 무척 좋은 챗봇입니다. 입력하라는 항목에 몇 가지 정보를 입력하면 원하는 방식과 내용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챗봇이 뚝딱 만들어집니다.
설정을 완료하면 다음과 같은 화면이 나오는데요,
세션(New Session)을 설정하고, 쉐어(Share)를 눌러 학생들에게 링크를 뿌려주면 됩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링크를 통해 챗봇과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챗봇과의 대화는 기록으로 남아 관리자 교사에게 공유가 됩니다. (이것이 미주(Mizou)의 가장 큰 장점이지요. 단, 이 사실을 반드시 학생들에게 미리 알려야 합니다!!) 그리고 미리 루브릭을 설정해 놓으면 위 이미지의 왼쪽에 보이는 것처럼 완벽하진 않지만 재미삼아 평가도 해 줍니다. 이 학생은 A+를 받았네요.
그냥 단순하게 주어진 조건에 맞게 딱딱한 글을 쓰는 것보다는 확실히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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