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학생들을 보면서 자주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자세가 좋지 않은 아이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자세는 주로 웅크리는 자세이다. 공부를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하니까, 더군다나 오랜 시간 바른 자세를 취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일까, 우울하고 폭력적이고 자신감이 없으며, 진취적이지 못하다. 이런 생각들로부터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출발이 자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발표자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학생들의 사례를 인용해주는 것이 매우 고마웠다. 그런데, 이 강연의 백미는 "자세를 달리 취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오더라"가 아니라 강연자가 성장한 경험, 그리고 강연자가 누군가를 믿어줌으로써 그가 성장한 경험을 말하는 부분에서다. 자신이 겪었던 고통과 아픔을 자신처럼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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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풍물동아리에 가입했는데, 여름전수를 가야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을 졸업생 제자가 안고 왔다. 한 학기동안 풍물패 선배들에게 별로 배운 것이 없다는 내용, 꽹주(꽹과리에 부어 마시는 술이란다..)를 두세 번 먹었다는 내용을 듣고 그 전수를 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 대답해 주었다. 물론, 제자에게 그 동아리 활동이 별로 재미있지 않았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이긴 했다. 나도 풍물패 출신이지만, 이제는 풍물패가 시대착오적인 활동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압적이고 의무적으로 연습과 전수, 그리고 음주를 강요하는 행태 말이다. 선배들은 후배들이 즐겁게 풍물을 즐길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고 분위기와 문화를 조성하면 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저 전통문화에 대한 작은 관심으로 풍물패를 시작한다. 그 작은 ..
El Empleo(고용), 7분, 산티아고 그라소 감독(아르헨티나), 2008 한 남자가 있습니다. 여느 많은 시작처럼, 그도 알람시계를 끄면서 힘겹게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가 출근하면서 접하는 세상은 사람이 도구로 전락해 버린 세계입니다.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기 전까지 그는 다행히도(?) 이러한 물화(物化)로부터 비껴나 있는 듯 보이고, 그래서 보는 이들도 이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시킵니다. 하지만, 그러한 그마저도 또다른 누군가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감상자들은 충격에 빠질 것입니다. 자신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영화 속 상황은 현재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남이 처한 어려운 상황이 자신에게는 안 일어날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오늘날의 많..
Vader en Dochter(아버지와 딸), 8분, 미카엘 두독 데 비트 감독(네덜란드), 2000 해석하기가 난해한 작품입니다. 자전거 바퀴와 바다, 자전거의 따르릉 소리 등 몇몇 상징적인 장치가 많이 쓰여서 몇 가지는 확신이 안 서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깊이가 참 깊게 느껴지는 작품이라, 누군가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척 공감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상적인 성인이 되려면 아버지로부터 독립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작품 속의 소녀는 아버지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끝내는 자신의 가족과 함께 최후를 맞이하지도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프로이트는 이러한 현상을 '고정화 현상'과 '퇴행'이라는 용어로 설명하였습니다. 그런데, 나는 아버지가 '다시 돌아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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