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풍물동아리에 가입했는데, 여름전수를 가야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을 졸업생 제자가 안고 왔다. 한 학기동안 풍물패 선배들에게 별로 배운 것이 없다는 내용, 꽹주(꽹과리에 부어 마시는 술이란다..)를 두세 번 먹었다는 내용을 듣고 그 전수를 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 대답해 주었다. 물론, 제자에게 그 동아리 활동이 별로 재미있지 않았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이긴 했다.


나도 풍물패 출신이지만, 이제는 풍물패가 시대착오적인 활동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압적이고 의무적으로 연습과 전수, 그리고 음주를 강요하는 행태 말이다. 선배들은 후배들이 즐겁게 풍물을 즐길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고 분위기와 문화를 조성하면 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저 전통문화에 대한 작은 관심으로 풍물패를 시작한다. 그 작은 관심을 의무와 책임으로 덧씨워 무리한 것들을 강요하면 안 될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2~3학년들이 1학년 때 선배들에게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못 버틴 학생들은 동아리를 나갔을 것이고, 그렇게 살아남은 선배들이 지금의 후배들을 그런 식으로 다시 옥죈다. 자신의 연습 스타일과 동아리 활동에 대한 관점을 후배들에게 주입하려 한다. 물론 그 학생들의 행동 역시 풍물에 대한 짙은 애정으로부터 나온 것이긴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강제가 아니라 후배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대화와 행동으로, 공감과 믿음이라는 인식으로 후배들에게 전해져야 한다. 내가 대학 4년 간의 전수를 모두 갔던 이유는 1학년 때 풍물패 동아리에서 겉돌 때 나의 선배들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마음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멀리서 보기에, 적지 않은 수의 청춘들이 개인주의적이고 소모적이며 무비판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런 와중에 전통과 풍물에 작게나마 관심을 갖고 동아리를 찾은 것은 매우 훌륭한 행동이다. 뭔가 해보겠다는 순수한 열의와 정열이 있는 학생일 것이다. 그 순수함이 '애착' 또는 '애정'이 되도록 선배들이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것이 먼저 아닐까?


대학 때의 내 동아리였던 열림터. 나는 어디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