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 간첩으로 체포되어 21년을 복역하고 작고한 작은할아버지의 생애를 석사 논문의 주제로 삼은 손자는 할아버지에게 과거사를 묻는다. 손자는 할아버지의 반응을 이끌어내려 노력하는 한편, 다른 가족에게서도 작은할아버지의 행적에 관한 증언을 듣고 기록한다. (가) 작은할아버지의 생애와 그분이 살았던 시대를 두고 석사 논문을 쓰겠다는 마음이 애초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분이 설령 남이라 해도 분단 현실에 희생양으로서 당신 생애가 관심을 끌 만했는데, 제삼자가 아닌 바로 우리 집안 어른이었다. 논문 부제로 붙인 ‘분단 시대 어느 사회주의자의 생애’에 합당한, 고난으로 점철된 그분 생애는 누구든 정리해 볼 만한 값어치가 있었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고 남북 화해 물꼬가 햇볕 정책이란 이름으로 트이자 북한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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