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힘이 세다 ― 

요즘 이 말이 자주 보이네요. 그런데요,

저는 이 말 믿지 않아요. 기억만으로는 힘이 세질 수 없어요.

말해야 해요. 움직여야 해요.

싸워야 해요.

 

김상욱 교수의 TV강의에서 들었는데요,

달은 사실 지구를 향해 계속 떨어지는 중이래요.

그런데 지구가 둥그니까 지면에 닿지 않는 거래요.

과연 우리도 그럴 수 있을까요?

 

우리도 어쩌면 영원히 이렇게 등속 평행 운동을 해야할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혹시 아나요?

계속 돌아보면, 돌고 도는 우리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어, 저기 아직도 달이 떠 있구나, 하고 이야기할지도요.

 

두 번 다시 아이들을 그렇게 보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계속해서 지키지 못해 미안할 뿐예요.

가습기 살균제로, 구의역에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이태원에서... 

그래도요, 이런 부끄러움이라도 계속 간직하려고요.

 

아직도 차디 찬 바닷속에

그날의 내가 잠겨서

여태 구조되지 못했다는 

마음으로요. 

 

2024년 세월호, 그리고 우리의 기억. (그림, 호모 구거투스)

 

 

어쨌든,

다음 봄이 올 때까지도

잊지 않고 계속해 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