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1937)의 마인드맵 정리.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줄거리[각주:1]


철썩, 앞집 판장 밑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난다. 뿌연 뜨물에 휩쓸려 나오는 것이 여러 가지다. 호박 꼭지, 계란 껍질, 녹두 껍질.


"녹두 빈대떡을 부치는 게로군. 흥"


안 초시는 말끝마다 "젠장…" 아니면 "흥!" 하는 코웃음을 붙인다. 


"추석이 벌써 낼모레지! 젠장…”


안 초시는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신다. 


하늘에 조각 구름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이사는 팔 하고 사오는 이십이라 천이 되지… 가만… 천이라? 천에 사를 하면 사천 평… 한 평에 주려 잡아 오 환씩만 남는다 해두…"


안 초시가 주먹구구로 얻어 낸 총액은 일만 구천 원이다, 천 원을 들여 일만 구천 원을 만들려는 심속이니, 만 원을 들이면 얼마가 되는가. 그는 벌떡 일어난다. 주머니에는 단돈 십 전뿐이다. 그것도 안경다리 고친다고 세 번짼가 네 번째 딸에게 사오십 전씩 얻어 담뱃값 쓰고 남은 돈이다. 안 초시는 그 돈을 집어 꺼내 본다. 손을 보니 가만히 떨린다. 


서 참의(徐參議)의 투박한 손에 비하면 얇고 잔망스러운 손이다. 이따금 그에게 술잔이나 얻어먹고, 때로 그의 복덕방에서 잠까지 자는 안 초시지만 서 참의의 생활을 부러워하지는 않는다. 언제든 수가 생기면 다시 한 번 내 집을 갖고, 내 밥을 먹고, 내 낯으로 세상을 살게 되려니 믿는다.


관상쟁이는 안 초시에게 "엄지손가락을 안으로 넣고 주먹을 쥐어야 재물이 나가지 않는다" 는 말을 해 주었다. 안 초시는 늘 그렇게 쥐려고 마음먹지만 문뜩 생각이 나 확인하면 얄밉도록 엄지손가락이 밖으로만 쥐어져 있었다.


"이놈의 엄지 손고락아, 안으로 좀 들어가라, 젠장!"


하고 엄지손가락을 안에 넣고 아프도록 주먹을 쥐어 본다. 십 전짜리를 그렇게 단단히 쥐고 담배 가게로 간다. 


복덕방에 세 늙은이가 잘 모이는데 주인이 서 참위이다. 언제 누가 집 보러 가잘지 몰라, 늘 갓을 쓰고 앉아 행길을 내다본다. 참의로 다니다가 합병 후 호구지책으로 복덕방을 차렸다. 


처음에는 그저 그랬으나 대정 팔구 년 이후 시골 부자들이 세금에 몰려, 혹은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로 몰려들고, 돈은 흔해져서 관철동, 다옥정 같은 중앙 지대는 그리 고옥만 아니면 값이 만 원을 훌훌 넘었다. 그 판에 봄가을로 어떤 날은 삼사백 원 수입이 있을 정도여서 서 참위는 돈을 벌었다. 가회동에 수십 칸 집을 세웠고, 창동 근처에 땅도 장만했다. 영업은 잘 되나 서 참위는 복덕방 영감으로 전락한 데 대한 회한이 남아있다. 


서 참위는 세심한 안 초시와 성격이 맞지 않아 곧잘 다툰다. 한 번 다투면 안 초시는 한동안 복덕방 출입을 하지 않는다. 이러할 때 안 초시를 데리고 나오는 사람이 박희완 영감이다. 그 역시 복덕방에 앉아 화투 패를 보면서 사업에 대한 야심을 키우고 있다. 박희완 영감은 안 초시처럼 복덕방에서 자는 일은 없으나 꽤 쏠쏠히 복덕방에 눌러 있는 늙은이다. 복덕방에 앉아 공부도 한다. 


안 초시는 늙어 가는 것이 원통하다. 어떻게든 더 늙기 전에 만 원이라도 만들어서 이 세상에 체면을 세우고 싶다. 지금 같은 무일푼이어서야 문화주택이 암만 서기로 무슨 상관이며 자동차, 비행기가 개미떼 파리 떼처럼 퍼지기로 무슨 인연인가. 세상과 자기는 자기 수중에 돈이 떨어진 즉시로 인연이 끊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안 초시에게 경화라는 딸이 있는데 일본에서 무용을 배워 인정받는 위치이다. 평양으로 대구로 다니며 지방 순회 공연을 하며 돈냥이나 벌고 있다. 그러나 연구소를 차리네, 집을 고치네, 유성기를 사네, 교제하네, 하다보니 애비를 위해 쓸 돈은 없다고 한다. 이래저래 안 초시는 어떻게든 자기 수단으로 돈을 벌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박희완 영감이 정보를 하나 준다. 관변 유력자를 통해 들은 말인데 황해연안(黃海沿岸)에 제2의 나진이 생긴다는 것이다. 지금은 관청에서만 알 뿐인데 곧 공표가 있으리라는 것이다. 


"그럼 현재 거기가 황무진가? 전답인가?" 


초시는 눈이 뻘개 묻는다.


"밭이라네. 평당 이십오 전이면 살 수 있다나 보네."


초시의 관자놀이가 욱신거린다. 나진도 오륙 전 하던 땅이 개항 소문이 나자 당년으로 백 배 이상이 올랐고, 위치 좋은 곳은 천 배 이상 올랐다. 안 초시는 생각할수록 이것이 마지막 기회로 생각된다. 


그날 저녁 안 초시는 딸에게 그 이야기를 한다. 딸도 솔깃하여 사흘 안으로 삼천원을 돌리기로 한다. 초시가 기뻐하며 흥분해서 있는데 딸이 사귀는 청년이 나타난다. 돈은 그 청년이 쓰며 일을 처리한다. 초시는 개의치 않는다. 순이익이 오륙만 원이나 예상되는 데 좀 나누면 어떠랴 싶다. 그러나 일년이 지났을 때 모든 것은 하나의 꿈이 되고 만다. 관변의 모씨에게 박희완 영감이 속은 것이었다. 


벼락은 안 초시에게 떨어졌다. 작년보다 더 비참한 추석이었다. 서 참위는 안 초시를 위로해 주려고 복덕방의 미닫이를 연다. 누워있는 안 초시의 얼굴이 잿빛이다. 


주위를 보니 약병 하나가 굴러 떨어져 있다.


안 초시 영결식은 그의 딸 연구소 마당에서 열렸다. 많은 조문객이 왔으나 안 초시와 안면이 있는 사람은 없다. 하나 같이 안경화를 보러 온 자들이었다. 서 참위와 박희완 영감은 가슴이 답답해옴을 느낀다. 묘지까지 따라갈 작정을 했으나 모인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도로 술집으로 내려오고 만다. (1937)


― 2011. 2. 3. 국포유에 작성한 글


- 메타국어가 제시하는 <복덕방>의 키워드 -

#돈을대하는이중성  #무너져가는가족관계 

#부동산투기문제  #신세대의이기심 

#한국적인정  #구세대와신세대의대비 


  1. 출처, 한국현대문학대사전(권영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