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문제집에서 단락별로 요약문을 제시하거나, 핵심 개념만을 정리하는 데에 그치고 있는데, 학생들 또한 제시문을 읽으면서 단락별로 요약을 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합니다. 이러한 훈련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심 내용만 파악해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글이 어떤 흐름으로 쓰여졌는가?, 학생들을 헷갈리게 하는 요인은 제시문의 어디에 숨겨져 있는가?’ 등의 질문에 대해 그리 효과적인 대답을 주지 못합니다. 반면, 단선적인 글을 구조화∙시각화한 독해지도는 글의 구조와 함께 주요 용어, 새로운 단어의 관계를 모두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별의 밝기, 겉보기 등급, 복사 플럭스, 절대 등급, 거리 판단’ 등이 키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키워드들의 관계가 드러나도록 제시문을 분석하면서 시각화한 것입니다.


‘작가주의, 헐리우드 영화, 포드 시스템, 히치콕, 맥거핀 기법’ 등이 주요 용어 및 새로운 개념을 나타내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옹호, 영향, 오늘날’ 등의 단어로 관계를 나타내었습니다.


일단 이런 과제를 맡으면 학생들은 자신들의 스타일을 버리지 못합니다. 예쁘게 하려고 하거나, 많은 내용을 담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 구조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꼭 필요한 것을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는 지도(map)로서의 가치가 있고, 제한된 시간 안에 독해를 완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시문 구조화는 발표자뿐만 아니라, 수업 참여하는 모든 학생들이 해와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의 시각화 결과물을 비교하고 더 좋은 시각화, 즉 글의 구조적 이해의 전략을 깨우칠 수 있습니다.


구조화하는 절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지문을 읽으며 키워드에는 동그라미나 네모 등의 표시를 하고, 하위 내용에 해당하는 것은 밑줄 등의 표시를 한다.
  2. 그것을 바탕으로 키워드를 쓴다.
  3. 키워드들의 관계를 대립, 인과, 유사개념, 분류 등의 방법으로 표시한다.
  4. 필요한 하위 개념을 정리한다.



이 수업의 절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발표자들이 TV화면이나 프로젝터 화면에 준비한 시각화 결과물 ― 독해지도를 제시하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앉아있는 학생들은 짝과 함께 서로의 독해지도를 비교하며 평가합니다.
  2. 발표자들은 지문의 주요 부분이나 어려운 부분을 읽으면서 해당 부분을 시각화한 것을 학생들에게 설명합니다. 앉아있는 학생들은 경청하며 질문이 있으면 질문을 합니다.
  3. 독해지도를 활용한 제시문 설명이 끝나면, 발표자들은 각자 맡은 문항을 설명합니다. 이때 문제의 함정이나 출제 전략, 매력적인 오답을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앉아있는 학생들은 자신이 한 것과 비교하면서 경청하고 질문이 있으면 질문을 합니다.
  4. 발표자의 발표 중 혹은 후에, 앉아있는 학생들은 각자의 노트에 ‘새롭게 알게 된 것, 알고 있지만 중요한 것’ 등을 기록합니다. 발표자들은 발표가 끝나면 자리로 돌아갑니다.
  5. 모든 학생들에게 짝과 가위바위보 또는 눈싸움을 하게 합니다. 진 사람과 이긴 사람에게 각각 방금 풀이한 문제를 나누어서 서로에게 설명하도록 지시합니다. 예를 들어, “진 사람은 홀수 번호 문제를, 이긴 사람은 짝수 번호 문제를 설명하세요.”와 같이 말합니다.
  6. 딸림 문제 중 하나를 짝과 나누어 맡고 이에 대한 변형문제를 출제합니다. 변형문제는 발문을 반대로 하는 것이 그 출발입니다. 예를 들어, 원래의 발문이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이라면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은?”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택지의 내용도 그에 맞게 수정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변형문제는 남은 시간이나 차시에 따라 ⓐ 짝과 서로 바꾸어 문제를 풀고, 서로 해설해 주거나, ⓑ 옆 또는 뒤의 조와 서로 문제를 바꾸어 풀고 서로 해설해 줄 수 있습니다.
  7. 교사가 해당 차시에 공부한 제시문의 우수 독해지도의 조건을 설명하면, 발표자를 제외하고 지문 독해지도를 잘 정리한 학생을 선발하여 보상합니다. 짝으로 앉은 두 명의 집단을 ‘팀’이라고 한다면, 팀(2명) → 앞뒤 팀(4명) → 인접한 팀(6~8명)의 순으로 잘 된 독해지도를 학생들이 추천하고, 최종적으로 올라온 독해지도 4~5개 중에서는 교사가 최우수 독해지도를 결정합니다. 추후 다른 학생들이 최우수 독해지도를 기억하였다가 모방하여 재작성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과정을 진행하는 이유는 문제를 잘 풀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시험 상황에서 지문 하나를 저렇게 구조화했다가는 틀림없이 시간이 모자라겠지요. 그래서 학생들은 반드시 다음과 같은 추가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학생들의 1차 독해지도를 한 번 더 단순화합니다. (2차 독해지도)

필요하다면 그것을 다시 더 단순화하도록 합니다. (3차 독해지도)

그러면 이제 제법 단순한 독해지도가 되었을 것입니다. 단순화 할 때에는 지문을 보지 말고,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었던 기억을 되살려서 작성해보라고 해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매시간 이러한 단순화 과정을 거칠 수도 있지만, 한 챕터가 끝났을 때, 문제집 한 권이 끝났을 때, 한 학기가 끝났을 때에 그때까지의 내용을 돌아보고,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이런 활동을 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어쨌든, 단순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 이 활동에서의 중요한 점입니다.


아래 링크는 한 학기가 끝난 뒤, 여름방학 방과후수업 시간에 연계교재 한 권에 있는 비문학 지문 전체를 각각의 모둠이 단순화한 것을 한 데 모아붙인 것의 일부입니다.

http://googeo.kr/entry/textmapping2015fi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