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왜 꽃 이름이 코스모스일까?"

"응?"

갑작스런 그녀의 물음에 나는 거의 물수제비처럼 튕겨오르는 속마음을 감추고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알면서 물어보는 것일까, 모르고 물어보는 것일까.

"왜 꽃 이름을 우주를 가리키는 단어로 지었을까 말이야."

생각해 보지 못했던 거였다. 그냥 코스모스라서 코스모스라고 불러왔을 뿐인데, 지금 그녀는 왜 그렇게 불렸을까를 궁금해 하고 있다. 당황스럽긴 하지만 이것이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별들만큼의 이유 중의 하나다. 새로운 세상을 열어젖혀 툭 던져놓고는 나의 생각이 한 겹 씌어졌을 때라야 그것을 그녀 세계의 일부로 소중히 가져간다.

"음, 잘 모르겠지만 이 코스모스 꽃밭에 핀 꽃들이 우주에 있는 별만큼 많아 보이고 아름다워서가 아닐까?"

마침 바람이 불었고, 그녀는 제각각의 방향으로 산들거리는 코스모스들을 바라보더니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두 손을 모아 박수 치는 시늉을 한다.

"멋진 해석이야. 그럼 우린 꽃밭이 아닌 우주에 떠 있는 거네."

우리는 손을 맞잡고 별과 별 사이를 누비며 그 사이사이에 스며든 향기들을 맡았다. 어쩌면 우리를 떠다니게 만든 건 코스모스 한 송이송이가 아니라 그 사이사이에 머물러 있었을 내것인지 네것인지 모를 향기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름 때문인지 몰라도 말야."

그녀가 우주의 탄생에 얽힌 비밀이라도 말하려는 듯, 발을 멈추더니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코스모스는 땅에 뿌리 내려 매어 있으면서도 하늘을 올려다 보는 높은 마음을 지녔구나."

"......."

다시 바람이 불었다. 허나 이때만큼은 땅 속에서 솟아나온 바람이 코스모스와 우리를

높은 마음으로 밀어올려주는 기분이

잠-시,

들었다.

 

 

'높은 마음' by 9와 숫자들 (EBS 스페이스 공감 실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