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각주:1] 철썩, 앞집 판장 밑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난다. 뿌연 뜨물에 휩쓸려 나오는 것이 여러 가지다. 호박 꼭지, 계란 껍질, 녹두 껍질. "녹두 빈대떡을 부치는 게로군. 흥" 안 초시는 말끝마다 "젠장…" 아니면 "흥!" 하는 코웃음을 붙인다. "추석이 벌써 낼모레지! 젠장…” 안 초시는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신다. 하늘에 조각 구름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이사는 팔 하고 사오는 이십이라 천이 되지… 가만… 천이라? 천에 사를 하면 사천 평… 한 평에 주려 잡아 오 환씩만 남는다 해두…" 안 초시가 주먹구구로 얻어 낸 총액은 일만 구천 원이다, 천 원을 들여 일만 구천 원을 만들려는 심속이니, 만 원을 들이면 얼마가 되는가. 그는 벌떡 일어난다. 주머니에는 단돈 십 전뿐이다. 그것도 안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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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해설[각주:1] 1929년 4월 『조선지광』에 발표된 한설야의 단편소설. 한국문학사에서 1920년대 신경향파문학을 한 단계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조선에서의 궁핍한 생활을 청산하고 만주로 이주한 후 그곳에서의 생활 역시 더욱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고 형제와 친지들이 사는 고향으로 다시 귀향한다는 간단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작품의 내용은 첫째 당시 최서해로 대표되는 신경향파소설이 주로 전망이 없는 폐쇄된 만주체험만을 다루고 있다면, 이 작품은 그 생활을 포기하고 귀향을 감행한다는 점, 둘째 귀향한 주인공이 어쩔 수 없이 노동자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는 이미 조선의 농촌사회가 붕괴되어 가는 한편 노동자계층이 급속하게 증..
2016년 5월 28일 오후 5시 57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건대입구 방향 9-4 승강장에서 일어난 참담한 사건. 그냥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선생으로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구나. 우리 아이들도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가면 저렇게 위험한 일에까지 내몰릴 수도 있겠구나. 예전에 가르쳤던 제자들이 지금 저것과 같은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 라구요. 그래서, 참 많이 슬펐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파 얼마 전, 구의역에 들러 추모를 하였습니다. 마음속에 붙은 메시지만큼은, 언제라도 떨어져버리는 포스트잇이 아니길 바라 봅니다.
줄거리[각주:1] 내가 이런 글을 끼적거리게 된 건 오랫동안 교원노릇을 하며 알게 된 한 소년과 그의 젊은 홀어머니, 할아버지, 그들이 살아오던 낙동강 하류의 어떤 외진 모래톱-이들에 관한 그 기막힌 사연들조차, 아득한 옛날 이야기처럼 세상에서 버려져 있는데 대해서까지는 차마 묵묵할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건우란 소년은 내가 직접 K중학에서 담임하던 제자다. 비가 억수로 내리던 날 지각을 한 건우에게 늦은 이유를 묻자 나룻배 통학생이라며 무엇인가를 하소연하는 것 같았다. 나는 건우 아버지가 안 계신다는 걸 안 뒤로 은근히 동정이 가게 되었다. 그것은 건우가 써온 '섬얘기'라는 글을 읽고부터였다. 평화로운 자기고장 -갖은 풍파와 홍수를 겪어 오는 동안 모래가 밀려서 된 나라 땅인데 유력자가 통째로 삼키려..
마인드맵 프롤로그[각주:1] "幻(환)의 의미는 변한다는 것인데 어찌보면 반복이기도 하다. 어떤 써클...조금씩 원이 다르게 그려지면서도 원이란 형태로 반복되는 것이다. 그게 대를 이으며 내려오는 여자의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원을 다르게 그릴 수 있는가? 내가 고민하는 건 언제나 그거였다. 나는 내가 원하는 원을 그릴 수 있는가...?" 줄거리[각주:2] (붉은색 글은 제가 보충한 내용입니다.) 1 언젠가 당신은 제게 나이 들어가는 여자의 떨림을 한번 써 보라고 말하셨습니다. 저는 그 얘기를 지나쳐 들었습니다, 라기 보다 글이라고는 편지와 일기 정도밖에 써 보지 못한 제가 어떻게 그런 것을 쓸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저는 이제껏 마흔 세 살이라는 나이가 되도록 단 한번도 스스로를 여자..
줄거리 소설가인 나는 어느 날 옛 친구인 은자로부터 전화를 받게 된다. 은자는 내가 그녀를 기억하지 못할까 걱정했지만 그녀는 내 유년의 기억 속에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었기에 나는 곧 그녀를 알아보게 된다. 어릴 적부터 노래를 곧잘 부르던 그녀는 현재 밤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녀는 자신이 일하는 곳으로 꼭 찾아오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은자를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 그녀는 바로 변해버린 고향의 아름다운 과거를 떠올릴 수 있는 마지막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문득 큰오빠의 삶의 무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무기력한 존재가 되었지만, 그는 과거에 허망하게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나를 비롯한 여섯 동생을 혼자 힘으로 길러낸 신화적인 인물이다. 그 큰오빠가 지금은 삶의 목표..
줄거리[각주:1] 젊은 소설가 구보는 매사에 의욕을 갖지 못한 룸펜이다. 그의 어머니는 하릴없이 집을 나서는 아들을 염려해서, 등뒤에 대고 "일찌거니 들어오너라" 하면서 얇은 실망감을 숨기지 못한다. '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 스물 여섯 살 짜리 아들은, 늙은 어머니에게는 온갖 종류의 근심, 걱정거리였다. 우선 낮에 한번 집을 나서면 아들은 밤늦게나 되어 돌아왔다.' 혼인을 시키면 제 계집 귀여운 줄을 알아 자연 돈 벌 궁리를 하겠지 싶어 권할라치면, "돈 한푼 없이 어떻게 기집 멕여 살립니까?"가 그 대꾸이다. 월급 자리를 구할 생각은 없이, 집에선 책이나 읽든가 글을 쓰다가 나가면 밤중까지 쏘다니니 보기에도 딱했다. 때로 글을 팔아 돈 몇 푼을 벌어올 때도 있긴 하다. 그럴 때면 옷감을 끊어서 건넌..
브런치에 기고한 글입니다. 글을 읽으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https://brunch.co.kr/@googeo/5 ... 아마 '주먹도끼' 동아리 학생들은 위 활동을 하면서 현실의 벽에 많이 부딪히고 깨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면서 자신의 역할과 사명을 찾겠지요. 소녀상 100개라는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팀원들과 함께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자신이 지닌 장점도 찾게 될 겁니다. 홍보를 잘 한다든지, 그림을 잘 그린다든지, 카피를 잘 쓴다든지, 설득적인 글쓰기를 잘 한다든지 하는 것들요. 그래서, 성공하든 실패하는 위와 도전이 가치 있고,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위 기사를 공유한 981명의 네티즌과, 이 글을 쓰고 있는 한 사람의 마음에는 큰 울림을 주었을 겁..
브런치에 기고한 글입니다. 글을 읽으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https://brunch.co.kr/@googeo/7 ...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갈망하고, 그것으로부터 행복을 느끼며, 이왕이면 대학 입시에서도 그것이 자신의 강점으로 활용되길 원한다면, 위와 같은 주제 하나를 딱 정해서 친구들과 도전해 보세요. 특히, 희망 전공이나 관심사가 다른 이질집단이라면 더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겁니다. 다양한 능력들이 조합이 될 테니까요.실패하면 어떡하냐고요? 그러면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하면 되지요. 그것들이 모이면 '스토리'가 되고, 그것이 자소서에 쓰일 '진짜' 내용입니다. ... (계속 읽기)
브런치에 쓴 글입니다. 전문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brunch.co.kr/@googeo/6 ... 그래서 보완해야 될 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학종이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단순히 성적만 우수한 학생을 뽑아왔던 것에 비해서는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학종은 주변이나 사회에 대해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개선을 위한 어떤 노력과 정성을 기울였는지를 고려하지요. 이것은 지식만 달달 외워서 장차 돈이나 많이 벌면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태도의 학생을 조금이나마 걸러 낼 것입니다. 그리고 타인을 배려하고 소통하는 등의 인재야말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라는 사회적 인식을 점차 확산시켜 나가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량한 학생을 뽑고자 하는 학종의 본래..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학생활동중심수업은, 수업 운영과 관련하여 각종 준비물 등에 한해 교사가 준비할 것이 별로 없는 수업입니다. 교사는 이미 제재와 학생 반응에 대한 전문가로서, 매순간 일어나는 돌발 상황이나, 지식의 창조 과정에 어려움 없이 개입하고 조언해 줄 수 있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상적인 수업의 한 형태는 학생들이 서로 질문하며 공부하는 수업일 것입니다. 이에 아래와 같이 몇 가지 학생활동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질문의 내용을 보면, 교사의 발문이라기보다는 학생이 스스로 해 보아야 하는 질문입니다. 그것은,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하는 데에 익숙해지도록 교사가 '학생의 입장에서' 제시할 수 있는 질문의 예시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아래 질문들로 연습을 ..
예전, 송파공업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입니다. 그곳에 밴드가 있었는데, 교내에서 버스킹을 하고, 그 주변에 아이들이 모여 즐겁게 감상하는 모습이 매우 보기 좋더군요. 언젠가 미래의 내 제자들도 꼭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교 도서관을 3년째 맡던 해, 도서관 주관의 문화예술행사 기획을 하다가 예전의 그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도서관 자원봉사자 아이들에게 제안을 했지요. 음악 공연과 책 읽기를 접목한 '게릴라 북콘서트' 형식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흔쾌히 수락했고, 자신들 주변의 '작은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무대에 올렸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뭐가 재미있었냐면, 도서관 북콘서트만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는 것 같았거든요. '작은 무대'가 주는 편안함이 있었던 때문인지, 좀 어설프고 희한한 무대..
문학 작품의 지문을 분석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전 과정을 모둠원들과 함께 하되, 내용 정리와 발표를 위한 자료 정리는 서로 다른 역할을 함으로써 구성력과 창의력을 높이고 협동심을 기르고고자 하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반드시 둘이라야 한다는 핵심 원칙에서는 벗어나 있습니다만, 다음과 같이 하브루타의 요소를 고려하였습니다. 첫째,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할 수 있습니다. 둘째, 자신과 팀 구성원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찾는 과정입니다. 셋째, 교사가 정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넷째, 정리의 방법적인 측면에서, 매번 다르게 생각하도록 유도합니다. 다섯째, 공부이면서 형식을 갖춘 놀이이며 수다입니다.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지문을 소리 내어 읽습니다. 내용에 따라 몇 가지 기준을 적용하여 제시된 지문의 장..
이 수업의 큰 흐름은 '모둠 구성 ➔ 작품 내용 파악 ➔ 쟁점에 대한 짝토론 ➔ 모둠토론 ➔ 전체토론'입니다. 모둠을 구성하는 방법은 다른 글에서 정리하였고, 작품 내용을 파악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으니, 여기서는 뒤의 세 단계에서의 활동을 정리하려 합니다. 이 흐름은 의도한 것은 아니나, 전성수 박사가 명명한 '논쟁 중심의 하브루타 수업[각주:1]'의 흐름과 유사합니다. 1. 짝토론 다음과 같은 운영이 가능합니다. 첫째, 하나의 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맡고 이를 주장하게 합니다. (예) 에서, "덴동어미가 운명론자인가, 아닌가?"라는 논제가 주어졌을 때, 한 명은 '운명론자이다'의 입장을, 다른 한 명은 '운명론자가 아니다'의 입장을 의무적으로 취하게 함으로써 두 가지 관점 모두를 스스로 찾아..
"지문이 길어서요." 국어가 싫다는 학생이 있어서 왜 싫으냐고 물어보니, 대답한 말입니다. 지문이 길다니?? 세상을 살면서 접해야 하는 신문 칼럼이나, 기획기사는 물론이고, 교양을 쌓기 위해 읽어야 하는 책들과 자기계발서 등이 얼마나 긴데, 고작 문제 출제를 위해서 짧게 편집된 몇 개의 글이 길다니???!!! , 라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그래도 다른 과목에 비해서는 길긴 길지.. 허허허.. 하고 웃었습니다. 지문이 길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지문 속의 문장이 너무 길어 이해가 안 된다. 지문을 읽는데, 내용이 낯설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려는데 지문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다가 내용이 기억이 안 나 어디있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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