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얼굴 한 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혼연일체 믿어 주지 않았다면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한 닷새 내리고 내리던 고집 센 비가 아니었으면밤새 정분만 쌓던 도리 없는 폭설이 아니었으면담을 넘는다는 게가지에게는 그리 신명 나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무엇보다 가지의 마음을 머뭇 세우고담 밖을 가둬 두는저 금단의 담이 아니었으면담의 몸을 가로지르고 담의 정수리를 타 넘어담을 열 수 있다는 걸수양의 늘어진 가지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니까 목련 가지라든가 감나무 가지라든가줄장미 줄기라든가 담쟁이 줄기라든가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가지에게 담은무명에 획을 긋는도박이자 도반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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