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대한민국교육박람회가 지난 15~17일 3일간 코엑스에서 열렸습니다. 저는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15~16일에 관람을 하였는데요, 국제 교육 콘퍼런스(에듀콘2025) 티켓을 구매하여 세계의 이름있는 교육자, 혁신가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부스 관람은 정말 조금밖에 하지 못했지만, 이틀 동안 종일 학구열을 불태우며 세계에서 유명한 분들의 멋진 강연을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첫째 날
올해 에듀콘의 주제는 "AI 빅뱅, 교육 혁신의 미래를 열다"였습니다.
첫째 날은 플래너리 세션으로, "미래 교육의 글로벌 협력 : 기술 혁신과 지속 가능한 교육 시스템"이 주제였습니다.
저는 강연을 들으며 정진호 작가님께 배운 ― 그렇지만 아직 미숙한 ― 비주얼 서머리 기술을 동원하여 저만의 요약본을 만들었습니다. 애초부터 이런 목적으로 아이패드를 들고 갔지요.
첫 번째 세션의 첫 번째 연사인 Esa Jaakkola는 핀란드의 중앙 팔로카 종합학교의 교장선생님입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학교의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는 영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EBS에서 본 것 같은 영상이었습니다. 교실과 교실의 벽을 허물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수업을 하였고, 학생들은 휴식과 학습의 경계가 없었으며, 알록달록한 벽에 학습 활동의 결과물들이 수도 없이 전시되어 있었고, 교사와 학생들의 관계가 굳은 신뢰로 두터워 보였습니다. 1
이어서 류선정 한국-핀란드 교육연구소 소장님이 발표에 나섰습니다. Jaakkola 교장선생님이 에듀테크에 대해서 거의 언급이 없었던 것에 비해 그녀는 핀란드에서 테크놀로지를 대하는 철학이 어떤지에 대해 한참을 공을 들여 설명했습니다. 저는 이 관점이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현행 AIDT 정책이 완전히 놓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핀란드 교육이 신뢰와 평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인상 깊었지만, 상대적으로 우리의 경우에 이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입시위주의 경재사회가 주는 부정적인 결과로 신뢰가 무너졌다고 생각하기에 안타까운 마음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두 번째 세션의 첫 번째 연사는 Michael Klemm 싱가포르 에듀케이션 네트워크 설립자였습니다. 그는 고등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발표를 하였기에 중등교사인 제게는 직접적으로 와닿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다만, 대학과 다른 기관들이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으며 기업가정신교육을 하는지 다양한 양상을 분석하며 교육적 가능성을 모색하게 한 점은 흥미로웠습니다.
두 번째 세션의 두 번째 연사인 Khairul Rusydi는 싱가포르에 있는 Reactor School의 공동 창립자이자 대표입니다. 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교육한다고 해요. 그는 창업의욕이 높으면 자신감이 높다고 하면서 기업가정신교육의 중요성을 말했습니다. 학생과 교사에게 모두 인턴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오후의 첫 번째 세션은 이재범 넷러닝그룹 부사장 겸 총괄기술책임자의 강연이었습니다. 그는 기술책임자답게, 앞선 류선정 소장님과는 결이 다른 이야기를 내내 하였습니다. 일본의 에듀테크 현황을 소개하면서 AI 기술이 학습력 향상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글쎄요 저는 그가 생각하는 '학습'이 ― 그렇지 않기를 바랐지만 ― 문제풀이나 입시위주교육, 수렴적 사고에 해당하는 듯한 인상을 줄곧 받아 조금 불편했고요, 고등학교 교사인 내게 필요한 인사이트는 무엇일지 잘 찾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동시통역으로 진행된 언어소통의 한계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 세션은 Benaya Yoel Doron 헬렌 도론 코리아 대표의 강연이었는데요, 이 강연도 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 입증되지 않았거나 반대론이 충분이 있는 영유아 조기교육에 대하여, 그것도 한국의 아이들에게 조기 영어교육을 시키는 주장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했습니다. 저를 비롯해 함께 한 선생님들까지 가장 아쉬워했던 세션입니다.
둘째 날
둘째 날은 테크니컬 세션으로, "학생 중심 디지털 교육 : 창의성, 협력, 글로벌 학습 환경의 구축"이 주제였습니다.
Dennis Cheek의 강연은 개인적으로 꽤 기대했던 세션 중의 하나였습니다. 기업가정신교육으로 유명한 독일에서 대학 교육을 하시는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금을 단절과 기회의 시대라고 칭하며, 교육기술에 현명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과학적 사고와 실패를 대하는 새로운 관점 등을 제안했는데요,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와 눈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의 모든 제안들이 참 와닿았습니다.
(바로 이어서 진행된 권기성 프리윌린 대표님의 강연은 작년에 이미 들어보기도 했었고, 그 회사가 개발한 수학 인공지능코스웨어 매스플랫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부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래서 서머리 결과물에 내용이 없어요.)
점심 식사를 한 뒤에 시작한 이상근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공공교육팀 ATS님의 강연도 그 자체는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정보부장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공교육과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가 남달랐고, 에듀테크를 대하는 학교의 현실에 대해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잘 풀어갔습니다. 다만, 저는 코파일럿에 대해서 몇 번 강연을 들은 바가 있어서 새로운 내용이 많지 않았기에 정리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과정에서 맨 앞자리 청중이었던 유치원 선생님이 흥미로운 질문을 하셨는데 그에 대한 답변이 이상적이어서 이것만 내용에 포함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등장한 Richard Culatta! 미국을 비롯해서 전세계 에듀테크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그를 실물로 영접했습니다. 그의 이야기도 매우 재미있게 들었고 지금 한국의 교육계와 정치적 상황에 대입해 볼 수 있는 내용이 많아서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질 타이밍이었음에도 매우 몰입하며 들었습니다. 이전부터 질문할 거리는 많았지만 다른 질문자에 밀려 기회를 갖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질문 기회를 얻어 질문도 할 수 있었고요. 그 답변도 너무 좋았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 뒤에 한참을 줄 서 있다가 함께 사진을 찍자고 말도 걸어 보았지요.
“캐.. 캔 아이.. 테이크 어 픽처.. 위드 유?”
라고 했던 것 같다. ㅋㅋ
꼭 함께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가 오바마와 함께 찍은 사진을 슬라이드에서 보여주었듯이, 나도 그와 함께 사진 찍은 것을 어딘가에서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있으리라.
대한민국교육박람회 둘째날 에듀콘 세션에서 그는 에듀테크 교육을 위한 5가지 바람을 말했다. 그중 3번째가 ‘디지털 시민성’이었는데 그 의미는 ’금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패해보더라도 학습자들이 해보게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역량을 기르도록해보자‘라는 것이었다. 내 생각엔 ’시민=비판적 사고‘였기에 발표 후에 손을 들어 에듀테크로 그것을 어떻게 기를 수 있는지 생각을 말해달라고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이, 아빠가, 어른들이 컴퓨터로 무엇을 하는지 학생에게, 아이에게 보여주고 말해주세요. 디지털 도구를 어떻게 쓸 수 있는지 알게 될 겁니다.“
답이 너무 좋아서 까무러칠 뻔했다.
― 에듀콘 둘째 날 밤에 페이스북에 작성한 글
잠시 쉬는 시간 후에 최진교 넥스트챌린지스쿨 교장선생님이 강연을 하였습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네르바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이력도 매우 인상 깊었고, 한국 최초 7개국 스타트업 고등학교를 설립했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어떤 식으로 운영하는지 커리큘럼은 어떠한지 더 알고 싶었으나, 나중에 직접 방문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어쨌든 다양한 유형과 목적의 학교가 많아지는 것은 일반 반갑게 생각합니다.
마지막은 싱가포르에서 CEO Kids를 운영하는 Wong 모녀가 연사였습니다. 이들은 특이하게도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로제의 아파트를 부르는 페이크 영상을 틀면서 춤을 추며 등장했습니다. 뭔가 자신감과 전문가의 스멜이 강하게 나는 부분이었지요. 이들도 기업가정신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요. 에듀테크는 도구일 뿐이었지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사업이지만, 인공지능과 디지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가 느껴지지 않아 편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TED에서 강연을 했다고 얼핏 말한 것 같은데 사실이라면 대단한 분들이겠지요.
* * *
이렇게 알차게 이틀 동안 거의 모든 세션에 참여하고 나니, 부스는 모두 정리했더군요.
다했니, 플렉슬, 플로우, 와우아이디어스, AIDT 체험관 등 좀 더 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아쉬웠습니다. 내년에는 5시가 아니라, 6시까지 해주면 좋겠어요. 지방에서 올라갔는데 뽕 뽑아서 보고 와야죠. ㅎㅎ
*비주얼 서머리에 사용된 연사들의 실제 사진 대부분의 출처는 에듀콘 공식 웹페이지입니다.
'저널 > 수업과배움에대한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AI디지털교과서 유감 (0) | 2024.11.21 |
---|---|
인성을 어떻게 교육할 수 있을까? (feat. 김동식 작가) (0) | 2024.11.08 |
첫 연구대회 도전기 :) (0) | 2024.11.06 |
요즘 세상에 교지와 학급문집을 만든다는 것 (6) | 2024.02.16 |
시를 어떻게 배우게 할 것인가? (feat. 오은 시인) (0) | 2023.12.07 |
Edu Talk Concert : Google x Lenovo에 참여했다 (0) | 2023.12.05 |
2024수능 킬러문항 배제에 대한 생각 (0) | 2023.08.09 |
[강의자료] 재구성 전략을 활용한 고등학교 독서 수업 (0) | 2023.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