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섭: 엄마, 나 이제 손톱도 혼자 깎을 줄 알아요
엄마: 너는 다 자랐구나.
창섭: 손톱을 깎을 줄 안다는 게 자랐다는 건가요
엄마: 제 몸이었던 것을 버릴 줄 안다는 걸 성장했다고 한단다.
창섭: 이상해요 자란다는 건 버리는 게 아니라 커져가는 게 아닌가요
엄마: 불필요한 건 버려야 필요한 것들이 커져간단다.
창섭: 전 이미 똥도 오줌도 버려온걸요
엄마: 그건 나온 것이라고 한단다.
창섭: 엄마는 나를 버렸어요
엄마: 그건 낳은 것이라고 한단다.
창섭: 엄마, 나는 손톱을 먹을 줄도 알아요
엄마: 발톱을 먹을 수는 없잖니? 그런 건 버릇이라고 한단다.
창섭: 저는 자꾸 자라나는 버릇이 있어요
엄마: 고치지 않을 것이잖니? 그렇다면 버릇이 아니란다.
창섭: 엄마는 아니라고 할 줄밖에 몰라요
엄마: 너는 내 안에 있었단다.
창섭: 나를 버렸어요 엄마는 내가 필요없었나요
엄마: 너를 내 안에 버린 건 네 아빠란다.
창섭: 아빠는 엄마를 버렸어요
엄마: 엄마와 아빠는 한 몸이 아니었잖니? 그런 건 헤어졌다고 한단다.
창섭: 불필요했었나요 아니면 버릇이었나요
엄마: 손톱 같은 거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단다.
창섭: 나는 엄마를 버렸어요
엄마: 이상하구나 너는 버렸다는 말이 버릇이구나.
창섭: 고치지 않을 것이니까 버릇이 아니에요
엄마: 너는 자꾸 자라나는구나 나는 그저 재밌다.

 

― 『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한국어』(2021)

 

 

사진: Unsplash 의 Yazid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