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송파공업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입니다. 그곳에 밴드가 있었는데, 교내에서 버스킹을 하고, 그 주변에 아이들이 모여 즐겁게 감상하는 모습이 매우 보기 좋더군요. 언젠가 미래의 내 제자들도 꼭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교 도서관을 3년째 맡던 해, 도서관 주관의 문화예술행사 기획을 하다가 예전의 그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도서관 자원봉사자 아이들에게 제안을 했지요. 음악 공연과 책 읽기를 접목한 '게릴라 북콘서트' 형식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흔쾌히 수락했고, 자신들 주변의 '작은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무대에 올렸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뭐가 재미있었냐면, 도서관 북콘서트만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는 것 같았거든요. '작은 무대'가 주는 편안함이 있었던 때문인지, 좀 어설프고 희한한 무대가 많이 있었습니다. 노래를 부르다가 목소리가 뒤집히기도 하고, 기타를 치다가 실수하기도 하고, 책 낭독을 하다가 거의 모든 관객이 돌아가도 그런 게 이 무대가 지니는 매력이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이 행사를 주관하지는 않지만, 3년째 지속되는 이 '위대한' 자리에 용기있게 자신의 장기를 드러내고, 많은 학생들이 관람하며 즐거워하니 참 좋습니다. 어설퍼도 괜찮은 것, 오히려 그런 게 더 즐거운 무대가 있어 다행입니다.
―
덧,
초기 이 행사가 정착될 수 있도록 헌신한 담당자들, 고맙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손기현, 올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고3 김정훈, 너희들말이다. 초대 음악감독 박장우도 빼놓을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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