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로부터 받은 이메일에 삽입된 행사 소개 이미지

 

 

구글로부터 미래교육에 대한 행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을 메일로 접하고는 곧바로 신청했다.

구글은 소프트웨어, 레노버는 하드웨어.

음.. 크롬북에 대한 홍보성 행사일 것이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지만 공개된 연사들의 면면을 보니

꽤 유용한 통찰을 얻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Edu Talk Concert : Google x Lenovo의 연사들

 

 

옥효진 선생님은 유퀴즈로 유명해지시기 훨씬 이전부터 알고 있던 분이다. 그분의 경제교육에 대한 탁월한 감각은 개인적으로는 스토리텔링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국어교육과 연계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상당히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던 터였다. 그랬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전국적으로 유명해지셨다..ㅋ 초등교사가 유퀴즈라니..ㅋㅋㅋ 여튼 이 선생님에게서는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인사이트가 있었다. 세상살이에 도움이 되는 교육을 해라. 

 

뒤를 이어 무대에 오르신 류창동 선생님은 매우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시각장애인으로서 겪는 여러 일들과 극복기도 아름답고 숭고하게 여겨졌지만, 내 마음을 울린 부분은 정작 다른 부분이다. 교직에 대해 무척이나 만족해 하고 계시다는 것! 교직과 학생들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강연장을 벅차게 메울 만큼 가득해 보였다. 이런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리라. 류창동 선생님이 계속해서 주목을 받고 여러 곳에서 목소리를 들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신종호 교수님의 순서는 가장 기대했던 내용이었다. 무려 시대의 트렌드, '문해력'이 주제였고 이것이 중요한 것에 비해서 대중의 관심을 받는 한양대학교 모 교수님에게서는 도저히 어떤 통찰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신교수님의 강연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 같다. 앞부분에서 하신 이런 말씀들은 매우 공감이 되었고 이후의 내용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것은 매우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교육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 영상물을 통한 학습은 지식 착각을 의도할 수 있다. 타인이 구성한 의미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 볼 때는 이해한 듯하지만, 돌아서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 읽어야 생각하고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부분이 발달한다. 읽는 것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게 다였다. 현장을 찾은 사람이든, 인터넷으로 보고 있는 사람이든 이런 문제의식이 없는 사람이 없을 텐데, 문제인식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강연 시간을 모두 채우고 내려가셨다. 결정적으로 실망했던 부분은 아침독서시간이 현장의 학교들에서 사라진 이유를 학교에서 독서 교육을 덜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신 부분이었다. 아침독서시간이 현저히 줄어들거나 사라진 이유는 - 특히 고등학교에서 - 첫째,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둘째, 입시 체제나 교육과정 등 근본적인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또 하나의 업무만 추가된 셈이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사범대학 교수님이 현장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어 좀 많이 심하게 아쉬웠다.

이 지점에서 궁금해졌다. 과연 누가 문해력을 말해야 할까? 학문적으로 기득권이 있는 분들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는 것이 일차적인 과제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상곤 대표님은 실제로 뵌 적은 없었지만 얼마 전에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를 우리학교로 초청하여 뵌 적이 있었기에 괜스레 친근하게 여겨졌다. 좋은 콘텐츠란 무엇인지에 대하여 한참 동안을 말씀하셨는데, 좀 구색맞추기 같은 느낌이 들어 그리 시원하게 다가오는 강연은 아니었다. 좋은 콘텐츠가 무엇인지 정의를 해 주었더라면 훨씬 명쾌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강연 내내 들었다. 아마도 이 대표가 생각하는 좋은 콘텐츠는 많이 소비되는 그것인 것 같은데, 그것을 '좋다'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여튼, 그랬다.

선생님이 아닌 후반 두 분의 연사께는 조금 날카로운 지적을 해서 미안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