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학교 1학년 학생들 160명은 ― 무려 1년 동안!! ― 국어수업의 일환으로 기업가정신을 배우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단편소설을 읽고 주인공이 처한 문제에 공감한 뒤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보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습니다.
학생들은 소설을 읽고 노동, 환경, 인간관계, 장애, 육아, 가난 등 다양한 개인적・사회적・제도적 문제에 주목했습니다.
때로 자신들의 경험을 벗어나는, 이른바 '완벽한 타자'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발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회사를 구상하고 ➔ 팀원을 꾸리고 ➔ 아이디어의 필요성을 검증하고 ➔ 중간 보고서를 만들고 ➔ 다시 상품성을 검증하고 ➔ 학급 안에서 발표하고 평가받고 ➔ 판매하려는 제품의 프로토타입(또는 모형이나 굿즈 등)을 만들기 위한 견적을 내고 구입 신청서를 쓰고 ➔ 재료를 받은 뒤에는 직접 만들고 ➔ 포스터를 디자인하고 ➔ 설득 전략을 세워 여기까지 왔습니다.
참여한 학생들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내내 '우리 회사'라고 칭하면서 회사와 아이디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저와 효쌤 또한 모둠장, 조장이라는 호칭보다는 '사장, CEO'라고 불러주며 창업이라는 목표를 늘 상기시키려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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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효쌤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학생들이 다음의 국어역량을 핵심적으로 기르기를 기대했습니다.
- 정보 전달 및 설득적 글쓰기와 말하기 역량: 이를 위해 학생들은, 정확한 정보 전달해서 타인을 이해시키기도 해야 하고 때로는 정보를 취사선택하거나 가공하여 유리한 정보만으로 타인의 마음을 움직여야 했습니다.
- 문학 감상(타자에 대한 공감) 역량: 이를 위해 학생들은, 소설을 읽고 인물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거쳤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진짜 문제인지 여러 방법으로 검증을 하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경험을 넘어 세상을 넓게 보는 안목을 키웠습니다.
- 의사소통 역량: 이를 위해 학생들은, 팀원들과 무수히 말하고 들으면서 의견 차이를 조정하고 합의를 해 나가는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 비판적・창의적 사고 역량과 자료・정보 활용 역량: 이를 위해 학생들은, 문제에 대한 기존의 대안들을 비판적으로 살피고 이를 보완할 더 나은 방법들을 다양한 읽기자료들을 검토하며 모색했습니다.
- 형식 및 어법 준수: 이를 위해 학생들은, 무수히 많은 보고서 등의 쓰기 과제를 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자신의 어법을 점검하고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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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과 관련하여서는 다음의 핵심 역량을 기르기를 기대했습니다.
- 문제의식과 실천: 내가 경험한 세계뿐만 아니라,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지만 알아차리지 못했던 세계를 들여다 보며 거기 있는 이들의 고통이나 불편함을 발견하는 것은 어제보다는 나아질 우리 공동체를 위하여 매우 중요합니다.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그런 점에서는 '시민의식'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 디지털 리터러시와 디지털 도구 활용 능력: 학생들은 디지털 도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그것들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무엇을 조심해야 할지에 대해 이전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나아가 새로운 도구들을 사용하면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키웠습니다.
- 브랜딩 능력: 이건 처음부터 명확하게 의도했던 것은 아닌데, 최종 결과물까지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학생들의 브랜딩 능력이 매우 뛰어나게 성장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회사의 컨셉을 정교화하고, 회사 로고와 캐릭터를 만드는 실력을 확인할 때마다 저와 효쌤은 매우 크게 감탄을 하였습니다.
- 실패에 대한 재개념화 (또는 모호함에 대한 인내): 참여한 학생들은 성공하기를 기대하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실패할 것입니다. 실제 구현되기 어려운 아이디어들이 많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참여자들의 의지가 창업으로 이어질 만큼 강하지도 않아 보입니다. 주목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이고, 유사한 서비스나 제품이 있는 경우도 많고, 가격 경쟁력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해보는 것으로부터 배우는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왜 망했는지 알면, 다음엔 좀 덜 치명적인 실패를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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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열린 '주인공을 부탁해 展'은 11월 26일(화)부터 11월 29일(금)까지 영일고등학교 영라운지에서 열리며,
관람객들은 전시장에 부착된 QR코드를 통해서 모의투자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모의투자에 참여한 학생과 교직원 중 저와 효쌤이 선정한 1등 회사와 일치하는 투자를 한 선착순 20명에게는 선물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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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회사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①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어플 - 심청이
② 음악으로 치유하는 힐링 앱 - 캄(CLALM)
③ 편지 대행 업체 - WLC
④ 자녀 훈육을 도와주는 앱 - 부처
⑤ 마음의 평화를 원하는 당신에게 - 늘해랑
⑥ 다같이 존중받자는 의미를 담은 굿즈 - 오니온
⑦ 당신의 마음을 치유해 드립니다 - CJM
⑧ 고단한 삶을 위한 컵홀더 - 웜톡
⑨ 완벽한 대여 - 유투피(Utoofy)
⑩ 자기애가 부족한 당신을 위한 - 와따마
⑪ 당신의 호미를 특별하게 - 호미하우
⑫ 갈등 해결의 책 - 톡톡(Talk Talk)
⑬ 공유 물품 대여 서비스 - ASAP
⑭ 친환경 보온 담요 - 온요
⑮ 직장(학교)의 갈등 해결 - C:addition
⑯ 점자로 만나는 티켓 - 캔터치(Can Touch)
⑰ 경사길 안전을 위한 고임목 - 오토쉴드
⑱ 소비 습관을 길러주는 보드게임 - 세이빙 머니
⑲ 학생들을 위한 문제집 리뷰 사이트 - 리드업
⑳ 외로움을 겪는 당신을 위한 - 나만의 구피
㉑ 취업 도움 프로젝트 - 굿잡(Good job)
㉒ 인공지능 상담 로봇 - 씨코(PSICO)
㉓ 흡연하는 사회초년생을 위한 - 버팝(BUPOP)
㉔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교육 - ISC
㉕ 옛날 음식 레시피앱 - 푸백
㉖ 일명 베개 가방의 탄생! - LIT 슬립백
㉗ 사랑증진 초콜릿 - 아모르(Amor)
㉘ 탁한 공기를 마시며 사는 사람들을 - 푸르날
― 이상, 학급당 4개 회사 × 7개 학급 = 28개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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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이르기까지의 긴 여정에 대한 글을 이제부터 차근차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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