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그륵이라 쓰고 읽으신다그륵이 아니라 그릇이 바른 말이지만어머니에게 그릇은 그륵이다물을 담아 오신 어머니의 그륵을 앞에 두고그륵, 그륵 중얼거려보면그륵에 담긴 물이 편안한 수평을 찾고어머니의 그륵에 담겨졌던 모든 것들이사람의 체온처럼 따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나는 학교에서 그릇이라 배웠지만어머니는 인생을 통해 그륵이라 배웠다그래서 내가 담는 한 그릇의 물과어머니가 담는 한 그륵의 물은 다르다말 하나가 살아남아 빛나기 위해서는말과 하나가 되는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어머니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말을 만드셨고나는 사전을 통해 쉽게 말을 찾았다무릇 시인이라면 하찮은 것들의 이름이라도뜨겁게 살아있도록 불러 주어야 하는데두툼한 개정판 국어사전을 자랑처럼 옆에 두고서정시를 쓰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현대시학》(2..
Category현대시 (16)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 둬라"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 질 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
창섭: 엄마, 나 이제 손톱도 혼자 깎을 줄 알아요엄마: 너는 다 자랐구나.창섭: 손톱을 깎을 줄 안다는 게 자랐다는 건가요엄마: 제 몸이었던 것을 버릴 줄 안다는 걸 성장했다고 한단다.창섭: 이상해요 자란다는 건 버리는 게 아니라 커져가는 게 아닌가요엄마: 불필요한 건 버려야 필요한 것들이 커져간단다.창섭: 전 이미 똥도 오줌도 버려온걸요엄마: 그건 나온 것이라고 한단다.창섭: 엄마는 나를 버렸어요엄마: 그건 낳은 것이라고 한단다.창섭: 엄마, 나는 손톱을 먹을 줄도 알아요엄마: 발톱을 먹을 수는 없잖니? 그런 건 버릇이라고 한단다.창섭: 저는 자꾸 자라나는 버릇이 있어요엄마: 고치지 않을 것이잖니? 그렇다면 버릇이 아니란다.창섭: 엄마는 아니라고 할 줄밖에 몰라요엄마: 너는 내 안에 있었단다.창섭: ..
프레지로 시 읽기 ― 예전에는 극장에서 '대한 늬우스'와 같이 국가의 치적만을 강조하는 뉴스를 애국가와 함께 봐야만 했습니다. 마음을 위로받고,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기 위해서 찾은 공간인 극장에서 말이죠. 애국가를 들을 때는 모두 일어나서, 가슴에 손을 얹고 불렀습니다. 일종의 세뇌교육인 거죠. 시인은, 강요된 애국심이 없는 자유로운 세상을 갈망하다가도, 이곳에서 안주하며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겁니다. 몹시 맘에 안 들었겠지만, 달리 거부할 방법도 없었겠죠. 그래서 이 시를 썼을 겁니다. 그렇다면, "현재를 사는 당신은 자유롭나요?" 강요된 것은, 설득력을 잃기가 쉽습니다. 아래는, 프레지의 일부 스크린샷.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얼굴 한 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혼연일체 믿어 주지 않았다면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한 닷새 내리고 내리던 고집 센 비가 아니었으면밤새 정분만 쌓던 도리 없는 폭설이 아니었으면담을 넘는다는 게가지에게는 그리 신명 나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무엇보다 가지의 마음을 머뭇 세우고담 밖을 가둬 두는저 금단의 담이 아니었으면담의 몸을 가로지르고 담의 정수리를 타 넘어담을 열 수 있다는 걸수양의 늘어진 가지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니까 목련 가지라든가 감나무 가지라든가줄장미 줄기라든가 담쟁이 줄기라든가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가지에게 담은무명에 획을 긋는도박이자 도반이었..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죽은 부처가 슬피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펄과 물 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저 속도로 시간도 흘러왔을 것이다.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늘 맨발이었을 것이다.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아-,하고 집이 울 때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같은 집으로 돌아오면아-,하고 울던..
문(門)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른다.나는우리집내문패(門牌)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감(減)해간다.식구(食口)야봉(封)한창호(窓戶)어데라도한구석터놓아다고내가수입(收入)되어들어가야하지않나.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침(鍼)처럼월광(月光)이묻었다.우리집이앓나보다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수명(壽命)을헐어서전당(典當)잡히나보다.나는그냥문(門)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문(門)을열려고안열리는문(門)을열려고.― 이상, ――과정중심 시 읽기 문(門)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 생활이 모자라서 문을 암만 잡아다녀도 안 열린다.그런데, '생활이 모자라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정상적인' 생활이 아닐까..
수능연계교재 수능특강(2015) B형 210쪽의 문항으로부터 도출한, 신동엽의 '향아'에 대한 키워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동일한 서술어('가자')의 반복 > 시적 의미 강화. // 이상 [ 1번 문항 ]으로부터 - 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자) - 직접적 감정 표현(두렵노라) - 역동적 심상(나부끼며, 춤추던, 굽이치는). // 이상 [ 3번 문항 ]으로부터 그밖에, 이해 여부를 점검해야 하는 개념어는 아래와 같습니다. - 반어적 표현, 어조 변화, 관조적, 냉소적, 건조한 진술, 정서 객관화. // 이상 [1번 문항 ]으로부터 같은 제시문에 출제되었던 다른 작품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2015/08/04 - [현대문학/현대시] - 상행(김광규)
수능연계교재 수능특강(2015) B형 196쪽의 문항에서 도출한, 정현종의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의 키워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수직적 이미지 - 인간의 실존적 한계로 인한 내면적 갈등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상승에의 지향 그 밖에 점검해야 할 문학 개념어가 1번 문항에 많았습니다. 이해 여부를 반드시 점검하세요.- 동적 이미지와 정적 이미지, 청각적 이미지와 시각적 이미지, 환기, 움직임에 대한 묘사, 형태에 대한 묘사, 대비되는 속성의 대조 함께 출제된 다른 작품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2015/08/03 - [현대문학/현대시] - 강강술래(이동주)
수능연계교재 수능특강(2015) B형 184쪽에서 도출한,송수권, '까치밥'에 대한 키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도시화 > 공존의 가치 상실- 잃어버린 가치- 타인의 배려 // 이상, 3번 문항. ---그밖에, 1번 문항에서는 아래와 같은 개념어를 사용하여 선택지를 구성하였습니다. 모르는 개념이 없는지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 의인화 기법, 화자의 모습 구체화,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화자, 유사한 문장 구조 반복, 공감각적 심상, 계절의 순환 같은 제시문으로 함께 출제된 다른 작품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2015/08/03 - [현대문학/현대시] - 산이 날 에워싸고(박목월)
수능연계교재 수능특강(2015) B형 303쪽의 문항을 분석하여,이성부의 '산길에서'에 대한 키워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31-⑤, 33-⑤ 화자가 추구하는 삶의 자세. 무엇일까? - 무엇 하나씩 저마다 다져놓고 사라지는 것.32-④ 후각적 이미지('내음')32-⑤ 산과 합일을 추구(X), 길을 만든 사람들을 따르려 함(O), 동적인 이미지('따라 오르는') 같은 제시문으로 출제된 다른 작품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2015/08/07 - [현대문학/현대시] - 거산호2 (김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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