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마음 아픈 사건을 인스타그램 릴스를 통해 접했다.
어려운 형편이었음에도 밝게 지내던 하은이 모습이 그러했고,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게 하고 싶어서 장기기증이라는 어려운 선택을 한 부모님의 마음이 느껴져서 더 마음이 아팠다.
집에 혼자 있다 ‘참변’ 초등생…장기 기증하고 하늘로
[앵커] 지난달 말 집에 혼자 있다가 화재로 중태에 빠졌던 12살 문하은 양이 닷새 만에 결국 숨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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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아파하기만 하면 안 된다.
무엇을 어떻게 바꿀지를 알아야 요구할 수 있다.
기사가 분석한 원인은 실제 어려운 환경임에도 하은이네 가족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지난해부터 지병을 앓던 하은 양 아버지는 화재 당시 병원에 있었고, 어머니는 일터에 있었습니다.
남편이 병세가 악화돼 직장을 나가지 못하게 되면서 하은 양 어머니는 세 식구를 위해 하루에 12시간씩, 주 6일 일해야 했습니다.
[신○○/문하은 양 어머니 : "점점 남편이 몸이 힘드니까 일하는 거는 못하더라고요. 12시간은 해야 그래도 최소 300(만 원)이라도 버니까요."]
하은 양은 아버지의 투병 생활로 정부의 '위기 아동' 관리 대상에 여러 차례 포함됐지만, 가정 소득이 기준을 넘은 탓에 실제 지원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1
이상했다.
이렇게 어려운 가정 환경에 있는 가정이 소득 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이.
더구나 월 300이라는 소득도 하루 12시간 일해서 겨우 번 것이다. 2
퍼플렉시티에 물어보았다. ―
만약 하은 양의 가정 소득이 기준을 넘지 않았다면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어?
그리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준 소득은 얼마야?
받을 수 있는 정부 지원
생계비 지원: 식료품비, 의복비, 공과금 등 생활에 필요한 기본 비용을 지원(월 최대 50만 원 등).
의료비 지원: 치료비, 약제비, 진단비 등 아동이나 가족의 질병 치료를 위한 비용 지원(최대 50만 원 등).
주거비 지원: 월세, 임대료 등 주거 안정을 위한 비용 지원(최대 50만 원 등).
긴급복지지원: 중한 질병, 실직 등으로 위기 상황에 처한 가정에 단기적으로 생계·의료·주거·교육비 등을 지원.
가정위탁 등 보호조치: 위기아동이 일시적으로 보호가 필요할 경우 가정위탁, 일시보호 등 제공. 보호아동 1인당 월 100만 원 지원 등.
맞춤형 사례관리: 전담조직에서 상담, 발굴, 신청, 맞춤형 지원 연계 등 종합적 지원
결과를 보니, 하은이는 위탁 보호까지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으므로 (소득 수준에 따라) 최대 월 150만원까지 지원이 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이는 최대 액수이므로 정말정말 어려운 환경이 아니라면 훨씬 적은 금액을 지원받을 것이다. 10만원씩만 지원받는다고 가정하면 30만원에 불과하다.
지원 기준도 중위소득 100%였다. 3인 가구이면 무려 월 500만원이 넘는다. 500만원에 못 미치면 지원대상이라는 얘기다.
그러면 하은이네 가족은 지원을 받았어야 한다. 소득이 월 300만원에 불과하지 않은가.
중위소득 아래인데 왜 지원을 받지 못했냐고 다시 물었다.
지원 심사에서는 단순 월급 외에 각종 정부보조금, 재산, 금융자산, 부동산 등을 모두 합산한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월소득만 계산해서 중위소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주택 등 재산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월소득이 낮아도, 현재 거주 중인 주택의 시가가 1억 9,600만 원을 넘으면 정부의 위기아동 등 복지 지원에서 소득인정액 기준을 초과해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실제로 매우 흔한 상황입니다.
약 2억 정도 되는 주택을 가지고 있으면 월소득 300만원으로도 지원을 못 받는다는 것인데,
아파트라면 납득이 되는데 하은이 집은 빌라(다세대주택)다. 2억이나 할 것 같지는 않다. 인천이라서 좀 비싼 걸까?
보통의 3인 가구가 살 것으로 예상되는 인천의 25평 빌라 시세를 물었다.
실제 25평(약 82.5㎡) 전용 빌라 거래 사례는 매우 드물며, 인천 빌라의 주된 거래 면적은 10~17평대가 많습니다.
최근 거래 사례를 보면, 14평(47㎡) 빌라는 8,000만~1억 6,500만 원, 17평(56㎡) 빌라는 1억 3,700만 원 등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25평 빌라는 거의 없다고 한다.
보통이 14~17평이니, 하은이 집을 17평으로 보고 1억 3천으로 보더라도 2억에는 한참 모자르다.
그러면 다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자동차 때문에 탈락했을 수도 있냐고 다시 물었다.
하은이 가족이 월소득 300만 원, 빌라 1억 3천만 원, 자동차(특히 1,000만 원 이상)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자동차가 소득인정액을 크게 높여 복지 지원에서 탈락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동차는 실제로 저소득층 복지 사각지대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자동차가 1000만원이 넘으면 1억 3천짜리 빌라에 살고 3인 가구가 월 300밖에 못 벌어도 지원을 못 받는다는 얘기다.
추가로 질문하니, 자동차 가격 판정 기준은 공시가격이 아니라 실거래가(시세)라고 한다.
여기에 저축해둔 돈이 일정 수준 이상 있어도 지원을 받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아, 그래서 지원을 받지 못한 거구나.
그래도 아버지의 입원으로 인해 병원비를 다달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은 긴급한 지원으로 처리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정부의 긴급복지지원제도
지원 사유: 주소득자의 중한 질병, 입원, 부상 등으로 생계유지가 곤란해진 경우 일시적 지원 가능.
지원 내용: 생계비, 의료비, 주거비, 교육비 등 단기 지원
지원 기준:
- 소득: 기준중위소득 75% 이하(4인 기준 약 384만 원)
- 재산: 대도시 기준 2억 4,100만 원 이하(중소도시는 더 낮음)
- 금융재산: 600만~800만 원 이하
정부의 긴급복지지원제도는 중위소득의 조건이 더 까다롭다. 100% 기준인 위기 아동 관리 대상에도 탈락했는데, 75% 기준인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지원 기준이 불합리한지,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내 생각엔, 중위소득 100%로 위기 아동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것은 꽤나 훌륭한 복지제도 같다.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몇몇 악용하는 사례가 문제이고, 사각지대나 경계에 놓여 안타깝게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을 제도 자체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기자는 왜 이 문장을 기사 마지막에 넣었을까?
하은 양은 아버지의 투병 생활로 정부의 '위기 아동' 관리 대상에 여러 차례 포함됐지만, 가정 소득이 기준을 넘은 탓에 실제 지원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나에게는 이 문장이 하은이를 추모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
위 기사를 인용한 인스타그램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더욱 더 그런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혐오 정서를 담고 있는 내용들이 많다. 기자나 데스크가 전혀 의도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대중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반드시 인식해야 할 것이다.
- 그러니 정부가 욕을 먹는거죠..특별 케이스라는게 있는데 그런건 신경써주지도 않고.. 그저 원칙대로만 해야된다는 개소리만 하고.. 국회의원 돈 받아가는거 반에 반만 이런데 지원해줬어도 저 어린 아이는 별이 되지 않았을겁니다.. (좋아요 237개)
- 진짜 눈먼 탁상행정 👏 에효 ... (좋아요 79개)
- 다문화말고 이런 가족지원 정책이나 좀 세우시길 ㅡㅡ (좋아요 7,048개)
- 다문화한테 너무 많은 지원을 함. 친정 나들이 같은 정책들. 다문화 가정에서 사는 아이들은 지원을 해주는 건 맞지만 외국인들에게 국적을 쉽게 준다거나 그 외에 지원들은 조금 조절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저출생이라 이해는 가지만 무분별하게 지원을 많이 받는 건 사실이죠. (좋아요 95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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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아, 화상을 입고 누워있는 닷새 동안 얼마나 아팠니...
너도 정말 아팠을 텐데도 소중한 생명을 구해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는 네가 죽음으로 보여준 '사랑'의 정신을 깊이 새기고 그 뜻을 우리 삶에서 받들도록 해볼게.
부디 그곳에서 편하게 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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