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인성영화제>
인성영화제는 단편영화가 주로 다루는 '소외', 즉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다룬 짧은 영화들을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필요한 수준의 인성이 길러지리라는 믿음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수준의 인성'이란 시대착오적이지 않은, 그러니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관계맺음의 방식'이에요. 다름을 받아들이고 그것들에 너그러운 태도를 갖는 것이에요.
청춘이란 무엇인가? ―
하고 묻는다면 영화 <족구왕>에도 그 답이 있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이 명작을 만든 우문기 감독님을 만나는 꿈을 이루었습니다.
이번 '감독과의 만남'은 아쉽지만 온라인(줌)으로 진행했습니다.
대화를 진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감독님도 구미 출신이시더라고요.
인성영화제에서 모신 두 분 감독님 모두 구미 출신이어서 신기했어요.
대화를 하기 전에 질문들을 정리해서 감독님께 한글 문서로 공유드렸어요.
진작부터 드렸다면 좋았겠지만 여러 일로 너무 정신이 없어서.. 사실 강의 직전에 드렸는데 고맙게도 다 한 번 읽어 보시고 우리들을 만나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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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 강민이라는 이름이 나오잖아요? '민'이라는 이름이 원래 좀 멋있는 사람에 붙이는 이름 맞는 거죠? ㅎ
― 맞습니다. 축구도 잘하고 잘 생기고 그런 설정이어서 멋있는 사람에게 붙일 만한 이름을 붙였습니다.
🌼 <족구왕> 영화는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되셨어요?
― 크레딧에는 연출, 각본 이름이 다 다른데 우리가 사실은 다 영화과 친구들이에요. 처음 아이디어는 김태곤 감독님이 꺼냈어요. 그 아이디어를 제가 닭발 사주고 샀는데, 그게 재미가 없어서 다시 김태곤 감독님이 고치고, (....)
🌼 영화 속에서 만섭이 왜 족구를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냥 재밌다고만 하거든요? 그냥 그게 다인가요?
―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텍스트가 있고 그 이면의 서브텍스트가 있어요. 이 영화의 텍스트는 '만섭이가 족구를 좋아한다'라는 것이고 서브텍스트는 '모두가 족구를 싫어한다'라는 것이에요. 즉 '모두가 싫어하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그 족구를 좋아하는 인물이 있고, 그 인물은 문제가 있다'라는 설정이 가능하니까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거지요.
🌼 '안나'는 만섭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왜 만섭의 옆에 있었나요?
― 사람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을 헷갈릴 수도 있잖아요?
🌼 여자들은 만섭 같은 착한 남자보다 민이 같은 나쁜 남자에게 더 매력을 느낀다고 생각하시나요?
― 되게 위험한 발언 같은데? (웃음) 사람마다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 다 다르니까요.
🌼 감독님께서 이 영화를 통해 들려주고 싶었던 '사랑이란 이런 거다' 하는 메시지가 있나요?
(이하 생략)
*
이런 흥미로운 대화를 한 시간 넘게 나누었어요.
참여자들에게는 이 시간이 ―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누군가의 순수한 열정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비록 그것이 무시당하고 가벼워보일지라도 그 당사자들에게는 얼만큼의 무게와 나름의 이유가 있는지를
이전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고 끌어안을 수 있게 되는
작은 성장의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편안하고 진솔하게 대화를 해주신 감독님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대화했어요.
많이 불편하고 어색할 수 있는 자리였음에도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내어 주신 감독님께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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