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인디음악 함께 듣기>[각주:1] 첫시간이네요.

함께 들을 첫곡은 김현창의 '화원'입니다.

 

음악 듣기(유튜브)

 

있지, 나는 나비가 되어서
네 맘 주변을 날아다닐게
우리가 놀던 그 자리는 꼭 
우릴 닮은 화원이 될 거야
.
있지, 나는 네 방 한켠에서
시들지 않는 화분이 될 거야
우리가 밤새 눈을 맞추면 
내일 아침에 꽃이 필 거야
.
아침엔 날아 새벽까지 같이 있자
꿈결을 당겨 숨결까지 닿아 잇자
어쩌면 나는 이대로만 있는대도
이불을 안 개고 행복할 것만도, 오
.
아마 너는 또 깨어 있겠지
이런 밤에 뭐 별 수 없으니 (별 수 없으니)
사랑 없인 잠들기 힘들어
알아, 나도 매번 그랬었어
.
눈가에 피어 마주 보는 날이 있어
이름이 불려 살아지는 날도 있어
어쩌면 나는 이대로만 있는대도
이불을 안 개고 행복할 것만도 같다고

작사, 김현창

 

 

느껴보기

어떤 구절이 맘에 들어요?

맘에 드는 구절을 찾아서 왜 그 부분이 맘에 들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봐요.

독특하고 아름다운 표현으로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시현: ‘나는 나비가 되어서 네 맘 주변을 날아다닐게’라는 구절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나비가 되어 마음 주변을 날아다닐 정도로 상대를 애틋하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다혜: ‘이름이 불려 살아지는 날도 있어’라는 구절을 감명깊게 들었어요. 어느 한 사람을 애틋하게 생각하고 그 사람과 함께하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잘 담겨진 구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나비’와 ‘시들지 않는 화분’이라는 비유를 사용한 부분도 화자의 간절한 염원을 느낄 수 있어서 공감이 되었어요.

 

호모 구거투스: 다 너무 좋은데 ‘이름이 불려 살아지는 날도 있어’라는 구절이 뭔가 사랑의 감정을 잘 표현한 것 같아 풋풋한 설렘 같은 것이 느껴져서 좋아요. 몰래몰래 사랑해온 사람이 내 이름 한 번 불러주면 그렇게 행복하고 좋을 수가 없잖아요? 그 사람의 세계에 내가 일부일 수 있어서 느낄 수 있는 행복감 같은 거.. 그런 게 있으면 아무리 힘든 시기여도 죽지 않고 살아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미지 떠올리기

노래의 주인공은 어떤 표정을 지으며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이 노래에 어울리는 그림을 상상해 본다면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요?

*생성형 AI인 뤼튼으로 그린 그림의 결과물을 보려면 아래 [ 🅥 더보기]를 눌러 보세요.

더보기
프롬포트: "꽃밭에서 나비가 날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을 크레파스로 그려줘."

 

 

넓혀보기(문학)

2절의 "알아, 나도 매번 그랬었어"라는 구절은 나태주 시인의 '풀꽃'[각주:2]이 연상되는 구절이에요.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이 "너도 그렇다"죠? '너'를 단절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자연 혹은 우주로 확장시켜준 표현인데요, "알아, 나도 매번 그랬었어"라는 구절도 '너'를 단절된 존재로 여기지 않고 경험과 느낌을 함께하는 존재로 인정해 준다는 점이 비슷해 보입니다.

 

예서: 선생님, 선생님이 좋다고 한 "이름이 불려 살아지는 날도 있어"라는 구절도 김춘수의 '꽃'을 떠올리게 해요. 이름이 불려졌을 때라야 비로소 한 존재로 인정되는 것이 살아지는 것 아닐까요?

 

멋진 발견입니다. :)

 

 

이 노래의 전반적인 정서와 상상력은 정철의 '사미인곡'[각주:3]과 많이 닮아 있어요.

아래 [ 🅥 더보기]를 눌러서 닮은 부분을 찾아 볼까요?

더보기
이 몸 생겼을 때 임을 좇아 생겼으니,
한평생의 연분임을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
나 하나 젊어 있고 임 하나 날 사랑하시니,
이 마음 이 사랑 견줄 데가 전혀 없다.
평생에 원하오되 함께 지내자 하였더니
늙어서야 무슨 일로 외로이 두고 그리는고.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랐더니
그 동안에 어찌하여 하계에 내려왔느냐.
올 적에 빗은 머리 헝클어진지 삼년이라.
연지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하여 곱게 할꼬.
마음에 맺힌 설움이 첩첩이 쌓여 있어
짓는 것이 한숨이고 지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유한한데 시름은 끝이 없다.
무심한 세월은 물 흐르는 듯 하는구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 가는 듯 다시 오니
듣고 보고 느낄 일도 많기도 많구나.
동풍이 건듯 불어 쌓은 눈을 헤쳐 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냉담한데 그윽한 향은 무슨 일인고.
황혼의 달이 쫓아와 베갯머리에 비치니,
흐느끼는 듯 반기는 듯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 꺾어 내어 임 계신 데 보내고 싶구나.
임이 너를 보고 어떻다 여기실꼬.

꽃 지고 새 잎 나니 녹음이 깔렸는데,
비단 장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비어 있다.
연꽃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 병풍을 둘러두니,
가뜩이나 시름 많은데 날은 어찌 길었던고.

원앙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 풀어내어
금으로 만든 자로 재어 임의 옷 지어내니,
솜씨는 물론이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보석 지게 위의 백옥함에 담아두고
임에게 보내오려 임 계신 데 바라보니,
산인가 구름인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리만리 길을 누가 찾아갈꼬.
가거든 열어 두고 나를 본 듯 반기실까.

하룻밤 서리 김에 기러기 울며 갈 적에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 수정발을 걷으니,
동산의 달이 뜨고 북극의 별이 보이니
임이신가 하여 반기니 눈물이 절로 난다.
맑은 빛을 쥐어 내어 궁궐에 부치고 싶다.
누각 위에 걸어두고 온 세상 다 비추어,
깊은 산골에도 대낮같이 만드소서.

천지가 얼어붙어 막히고 흰 눈이 한 빛깔인 때,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날짐승도 그쳐 있다.
소상강 남쪽도 추위가 이렇거든
임 계신 곳이야 더욱 일러 무엇하리.
봄기운을 부쳐 내어 임 계신데 쏘이고자 한다.
띳집 처마에 비친 해를 대궐에 올리고자 한다.
붉은 치마를 여며 입고 푸른 소매를 반만 걷어
해 질 무렵 긴 대나무에 헤아림도 많기도 하구나.

짧은 해가 쉬이 지어 긴 밤을 꼿꼿이 앉아,
푸른 등 걸어둔 곁에 전공후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보려 턱 받치고 비껴 있으니,
이불이 차기도 차구나, 이 밤은 언제 샐꼬.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깐 동안 생각 말아 이 시름 잊자 하니,
마음에 맺혀 있어 뼛속까지 꿰쳤으니,
명의가 열이 와도 이 병을 어찌하리.
아아, 내 병이야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사라져서 범나비 되오리라.
꽃나무 가지마다 간 데 족족 앉았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옮으리라.
임이야 나인 줄 모르셔도 나는 임을 좇으려 하노라.

정철, '사미인곡'

 

 

넓혀보기(문법)

네 맘 주변을 날아다닐
(...)
우릴 닮은 화원이 될 

 

이 노래 가사에는 '-게', '-거야' 가 몇 번 나옵니다.

일상에서 많이 쓰면서 또한 많이 틀리는 맞춤법인데요, 

'ㄹ' 뒤에서 'ㄱ, ㄷ, ㅂ' 소리는 된소리로 발음되지만 그렇게 쓰지는 않는구나,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있지, 나는 네 방 한켠에서

 

① 일단, '한켠'은 '한+켠'으로 분석이 되고, [수 관형사 + 의존명사]의 구성입니다.

의존명사는 꾸미는 말(수식어)과 항상 함께 쓰이지만, '명사'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앞말과 띄어 씁니다.

그런데 이 가사에서는 붙여 썼네요. 왜일까요?

② 켠?

사전에 '켠'을 찾으면 '편'의 틀린 표현이라고 나옵니다![각주:4] 그렇다면 '한켠'은 틀린 표현이네요. '한편'으로 쓰는 것이 맞겠네요. 그런데 [수 관형사 + 의존명사]의 구성이라면서 왜 붙여 쓰는 걸까요?

③ 원래는 '한 편'이 맞아요. 그런데 '방 두 편'이라는 표현은 없잖아요? '한편'이라는 형태로만 쓰이죠. 즉 '한편'은 그 자체로 굳어진 용어인 거죠. 이런 의문을 품고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니[각주:5] 역시 '한편'이라는 단어가 실려 있고 그 중에 이런 뜻이 있습니다. "어느 하나의 편이나 방향."[각주:6] 즉, '한켠'은 사전에서 딱 정해 준 말이니 이대로 써야 하는군요.

그렇다면 이 노래 가사에서 '한켠'이라고 한 것은 어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고, 

이를 어법에 맞게 고친다면 "네 방 한편에서"가 되겠네요.[각주:7]

 

어쩌면 나는 이대로만 있는

 

밑줄 친 부분이 '-대'인지 '-데'인지 헷갈립니다.

어미 '-대'는 '했다고 하다'의 준말로 인용의 의미,
어미 '-데'는 '~더라'의 준말로 과거 회상의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이 부분은 "있는다고 해도"의 의미로서, 인용으로 보는 편이 나으므로 '-대'가 맞습니다.

다른 예문을 보려면 아래 [ 🅥 더보기]를 누르세요.

더보기
  • 청소년기에 반항을 [ / 한도 ] 봐주자 ('한다고 해도'의 의미이므로)
  • 약을 [ 먹는도 / 먹는 ] 안 낫다 '먹었다, 그런데'의 의미이므로)

 

 


 

참여자들의 감상과, 주고받은 대화는 댓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2024년 1학기에 실시한 방과후학교 수업 [본문으로]
  2.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 오래 보아야 /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1' [본문으로]
  3. 사미인곡(思美人曲)은 1588년(선조 21) 정철(鄭澈)이 지은 가사이다.

    작자는 50세 되던 1585년 8월에 당쟁으로 인해 고향인 전라도 창평(昌平)에 내려가 머물렀다. 이때 임금을 사모하는 마음(연군지정)을,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여인의 마음에 의탁하여 표현한 작품이다. 
    속편인 '속미인곡'과 함께 수능과 모의고사, 수능 연계교재 등에 다수 출제되는 작품이다. [본문으로]

  4. ‘쪽’의 의미로 ‘켠’을 쓰는 경우가 있으나 ‘쪽’만 표준어로 삼는다. (표준어규정 2장 4절) [본문으로]
  5. 굳어진 형태인지 아닌지는 느낌으로 판단하지 말고 표준국어대사전을 통해서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국립국어원에서 검색하는 것이 불편하면 네이버 국어사전의 기본 DB가 표준국어대사전이니, 그걸 이용하세요. [본문으로]
  6. (예문) 방 한편에 앉다. [본문으로]
  7. 그리고 이때 '한편'은 합성어이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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