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방과후수업 [그림책으로 읽는 인문학(2017)](link)에 대한 기록입니다. 

 

 

 

저에게 '인문학'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입니다. 

인간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도구들은 많이 있지요. 

본 수업은 그 중에서도 '그림책'을 통해서 '나'와 인간을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근데, 왜 그림책이냐구요? 

보통은 아이들이나 보는 책이라고 알려져 있는 '그림책'들은 단순히 동심을 느끼는 것 이상으로, 보편적인 인간성과 양심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것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동심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입니다. 

 

그림책을 읽고 이전에는 미처 못했던 깨달음을 얻거나 잠시 잊고 지냈던 추억을 떠올리고 동심을 느끼고,

그림책을 읽기 전의 자신보다 조금 더 마음이 자랄 수 있다면, 그림책을 읽는 의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자란다면, ― 

아주 어린 아이들일지라도, 나 역시도 그 나이 땐 그랬음을 알고 일단은 그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마음을 읽어주겠지요.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하거나 무시하지는 않겠지요.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배려심이 커지겠지요. 

내가 잘 모르는 것들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여 상대방에게 상처주지 않겠지요. 

나만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 겸손함을 갖추겠지요.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끼겠지요. 

나란 존재가 수많은 사회적 '관계'의 산물임을 알고, 이를 소중하게 생각하겠지요. 

자신을 사랑하게 되겠지요. 

 

―――

EBS라디오에서 일요일 아침에 '행복한 동요세상'이라는 프로그램을 합니다. 여기에 동화를 읽어주는 코너가 있는데 거기서 들었던 그림책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이미 많은 그림책을 가지고 있음에도 한 권 더 사서 이것을 첫 번째 작품으로 선택했습니다. 

바로 안영은 글, 이주현 그림의 <뽀뽀 배달 왔습니다>입니다. 

 

▲ <뽀뽀 배달 왔습니다> 21쪽.

</뽀뽀>

 

 

이 책을 읽고 학생들에게 저마다 자유로운 감상을 앉은 자리 주변의 친구들과 함께 나누어 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학생들은 유치원 시절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자신의 아빠 또는 엄마와 있었던 어린 시절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였습니다. 

기분 좋은 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그에 대해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는 것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 

참여하는 학생들은 이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을 배우는 매우 중요한 활동입니다. 

만약 이런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은, 함께 감상한 작품의 어떤 내용이라도 상관없으니, 자신의 경험과 연관지어 이야기할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열린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는 동심과 세상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매일 하던 것의 소중함입니다. 매일 하던 뽀뽀는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은서에게는 그다지 특별하지도 소중하지도 않는 경험이지요. 그런데 정작 아침 뽀뽀를 하지 않아보니, 그것이 매우 소중한 일상이었더라는 겁니다. 인간의 '행위'는 '마음'을 표출하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행위'뿐만 아니라 '마음'으로도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작은 것들에 상심하기도 하고 또 위로 받기도 하는 은서의 천진난만함입니다. 우리는 한 가지 생각에 꽂히면 여간해서는 그 생각이나 확신을 바꾸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위하는 사람의 마음을 느끼거나 아니라는 증거가 나타난다면 또 그런 것들에도 잘 반응해 주는 것도 우리들이 때때로 갖추어야 하는 미덕이 아닐까요. 

 

셋째는, 아빠의 직업입니다. "우리 아빠는 배달 일을 한다." ― 8쪽에서 서술자 '은서'가 이렇게 말하지요. 글쎄요. 우리 학생들이 '배달원'이 꿈인 학생은 없겠지만, 분명히 어딘가에선 열심히 고생하시는 분들 가운데 하나의 직업입니다. 매우 안 좋은 환경과 처우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많은 노력을 하는 분들이지요. 자주 접하는 분들이지만 좀 낯설기도 한 그분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 분들께 고마움을 느끼고, 잘 몰랐던 세상의 일부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참고, EBS 다큐. 극한 직업 - 택배 물류 센터 https://youtu.be/k77K2lY_scU)

 

 

 그림책, <뽀뽀 배달 왔습니다>의 한 장면, 감상해 보세요. (이미지 로딩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