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입론서는 제1회 전국 다산독서토론대회에 참가했던 영일고등학교 '톡톡' 팀이 작성한 것입니다.

경기도 남양주시가 주최하고 한국독서토론협회가 주관했으며, 지정도서는 정약용의 『목민심서』였고, 논제는 '청렴한 목민관으로 조선 후기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였습니다.

이 입론서를 통해 좋은 입론서의 요건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찬성/반대 중에서 찬성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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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논제 ‘청렴한 목민관으로 조선 후기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에 긍정팀 입론을 맡은 OOO입니다. 저희 긍정팀은 청렴한 목민관으로 조선 후기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렴한 목민관 정치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게 된 배경[각주:1]은 조선 후기 조정의 기강이 문란해지고 아전들의 부정부패, 세금 수탈이 성행하여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졌을 무렵입니다. 법의 권위 또한 약해져 일부 수령들은 법을 지키지도 않고 죄지은 자도 도피하였다가 돌아와 유유자적하며 생활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럼, 논제에 포함된 용어를 정리하며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 청렴: 목민관의 기본 임무이며 모든 선의 원천이요, 모든 덕의 근본이 되는 것입니다.
  • 목민관: 백성을 다스려 기르는 벼슬아치, 고을의 원이나 수령 등의 외직 문관을 통틀어 이릅니다.
  • 조선 후기: 광해군 재위 이후부터 1910년 조선이 망할 때까지를 일컫습니다.
  • 정치: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 개혁: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뜯어고치는 행위입니다.

 

우리 긍정팀의 3가지 쟁점[각주:2]은,

첫째, 청렴함은 무능하고 부패한 관리들을 개혁할 수 있는가?

둘째, 폐단을 없애고 민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셋째, 실제 정치 개혁을 한 사례나 구체적 방법이 있는가?, 입니다.

 

이제 우리 긍정팀의 3가지 쟁점에 대한 근거[각주:3]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무능하고 부패한 관리들을 개혁하기 위해서 청렴함이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 모든 선의 근본이며(70쪽), 사대부의 기본자질일 뿐 아니라(75쪽), 무엇보다도 애민정신의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29쪽, 106쪽). 부연하면, 공직사회가 상당히 부패했다고 할 수 있는 조선 후기 사회에서(72쪽) 청렴은 교훈을 삼고 탐욕을 경계하도록 하는 덕목이며(75쪽), 좋은 평판(76쪽)과 명예만을 추구하는(80쪽) 선비들에게 백성의 교화를 추구하는 목민관의 입장(250쪽)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덕목인 것입니다. 옛 사람들의 훌륭한 언행을 몸소 실천하여 백성들을 교화할 수 있고(251쪽), 검소함을 통해 백성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청렴한 자질은 목민관에게 필요합니다(29,106쪽). 이러한 조건들이 갖추어져야 비로소 정치 개혁이 가능할 것입니다.

 

둘째, 청렴한 목민관은 조선 후기 만연해 있던 여러 가지 정치적 폐단들을 없애 민생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뇌물의 풍습을 없앨 것이고(33쪽), 농부의 옥이나 물고기와 같은 것들을 받지 않을 것이며(74쪽), 과도한 공물을 받는 그릇된 관례가 있으면 이를 개혁하는 방식 등으로(87쪽) 백성들의 부담을 줄여 나갑니다. 또, 관청에서 쓰는 물건은 백성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하여 씀씀이를 줄이고 회계를 정확하게 하므로 백성들에게 힘을 줄 것이고(110쪽) 비축을 충만하게 합니다(111쪽). 그러면서도 아끼기만 하지 않고 즐거이 베풀기도 하며(113쪽), 혜택들을 백성들에게 돌아가게 하고(114쪽), 조세를 걷는 데 있어서도 백성들에게 가혹하게 하지 못하게 하면서(137쪽), 잔치는 담박하게 하여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175쪽). 즉, 아끼면서도 베풀어 백성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습니다. 한편, 스스로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아랫사람을 다스리면서(89쪽), 문졸이 혼권을 제멋대로 사용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아 백성들이 어떤 고소를 하든 이를 들어줄 것입니다. 결정적으로, 청렴은 애민정신의 바탕이 되기에 애민6조에서 다룬 노인봉양에서 재난구제까지도 가능케 할 것입니다.

 

셋째, 청렴한 목민관의 자질로 조선후기 사회를 개혁했다고 할 만한 사례들 혹은 그 구체적인 실상을 제시하겠습니다. 당시 재상들은 청렴하지 않으면 비루하고 간사한 사람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오래지 않아 패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종 갑인년(1674)에 우의정 김수항이 충청병사 박진항의 과도한 부조를 왕에 일러, 벌 줄 것을 청하였습니다. 필시 이는 다른 재상들에게 두려운 마음을 심어 주어 폐단을 없앴을 것입니다. 또, 신당 정붕이 청송부사가 되었을 때도 재상 성희안이 벌꿀을 요구하자 답장을 보내서 부끄럽게 여기고 사과하도록 하였습니다. 권력 있고 세도 있는 집안이라는 이유로 후하게 섬기던 관습을 개혁하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115~116쪽). 또한 이명준은 상사의 독촉을 듣지 않고 마패대로만 역마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청렴함을 실천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비록 감사의 노함을 얻었으나 조정의 인정을 받음으로써, 상사가 부당하게 독촉하는 오래된 폐단을 없애기도 하였습니다(125쪽). 한편 청렴하다면 상관을 아첨으로 섬기지 않을 것인 바, 미움을 사지 않을까 염려하여 감사 도착 후 연명의 예를 행하고 또 이를 독려하던 감사의 잘못은 그 폐단을 따져 시정될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128쪽). 또한 청렴하다면 정의(情誼)에 얽매이지 않을 것인 바, 충청 감사 임담이 자신을 친우라 여겨 소홀히 접대한 홍주 목사 심지원을 깨우쳐 준 일화도 개혁의 모습을 잘 제시한 경우라 하겠습니다(128쪽). 청렴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관직에도 집착이 없습니다. 감사가 사사로운 감정으로 낮은 평점을 주려 할 때 즉시 이를 감영에 바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태도는 감사들로 하여금 사견을 반영할 수 없게 하여 조선 정치를 바로 잡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129쪽). 이노익이라는 판서는 감영의 간활 악독한 이속들의 괴수인 최치봉을 처단하였고, 이로 인해 간활한 아전 여럿이 화가 자기들에게 미칠까 두려워 숨을 죽였다고 합니다. 이는 아전들과 결탁하지 않은 청렴한 목민관이 간악한 자를 처벌함으로서 큰 파급효과를 본 것입니다(171쪽). 성호 이익 선생도 사치스러운 음식으로 감사를 접대하는 주전의 법식을 개혁한 바 있는데, 이 역시 그의 청렴한 자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247쪽).

 

물론[각주:4] 개혁이 제도를 손보는 것이라는 관점에서는 앞서 제시된 일부 사례나 실상이 개혁이 아니라 ‘개혁했을 것이다’라는 가정에 불과하다고 보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청렴함을 발휘하여 어떻게 개혁을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충분한 답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긍정팀은 3가지 주장을 하였습니다.[각주:5]

첫째, 청렴함은 애민정신의 바탕으로서 무능하고 부패한 관리들을 개혁할 수 있습니다.

둘째, 청렴한 목민관은 폐단을 없애고 고통받는 백성들을 살릴 수 있습니다.

셋째, 청렴한 목민관은 부당한 관습에 저항하고 원칙을 지키는 등의 방법으로 조선의 정치가 개혁되도록 하였습니다.

 

청중 여러분들과 심사위원 여러분들, 저희 긍정팀이 제시한 주장과 근거들, 어떠셨나요? 반드시 청렴함이 갖추어져야 정치를 개혁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우리 긍정팀은 청렴한 목민관으로 조선 후기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각주:6]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톡톡(신현창, 채다은, 조수민, 주영원), 2012.

   

  1. 논의의 배경을 설명합니다. 본 입론에서는 해당되지 않지만, 본래 대립토론 논제는 현 상황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기에, 이 단계에서 그러한 변화가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본문으로]
  2. 의문형으로 제시합니다. [본문으로]
  3. 입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독서토론이라면, 본 입론서처럼 책에서 근거를 찾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책에 있다고 해서 모두 설득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요. 그것이 현재 제시하고 있는 쟁점과 관련이 있는지, 토론자가 임의대로 해석하지 않아 객관적인지 등을 꼭 따져 봐야 합니다. 만일 논제가 현실 문제와 관련이 있다면, 우리의 현실에 적절한 것인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본문으로]
  4. 뒤의 '하지만'과 함께 사용되어, 상대팀의 예상되는 반론에 대해 언급할 때 주로 쓰는 표지입니다. [본문으로]
  5. 앞서 언급했던 '쟁점'에 대한 답을 평서형으로 제시합니다. [본문으로]
  6. 주장의 재진술.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