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형[외국어를 통해 인식의 지평 넓히기(2005, 수능)]()

저도 고1때까지는 영어를 싫어했는데, 두원이 같은 애들한테 해주고 싶은 얘기이기도 한데요, 영어는 우리나라랑 어법도 다르고 발음도 다르고 그래서 어려울 수도 있는데, 그런 걸 배우다 보면 언어에서 나타나는 사고 방식이 있단 말예요. 서로 다른 언어 사이에 1:1 대응이 되는 단어나 표현들이 있어서 그렇게 바꾸어서 말하면 될 것 같지만, 그 언어 문화권 고유의 말하는 스타일이 있어요. 그래서 그걸 접하면 그것을 신기해 할 수도 있어요. 언어를 배울 때 이런 걸 고려하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너 이거 안 좋아하지?” 하고 물으면 “어, 이거 안 좋아.”하고 답하지만 영어는 "아니, 이거 안 좋아.”라고 답하지요. 우리나라는 판단 기준이 ‘상대’한테 있지만 영어는 ‘나’에게 있는 거에요. 

 

나영: 들으면서 생각난 건데, 저도 영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미국 CIA에서 외국어 가르치는 강사를 모집하는데,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높은 임금을 준대요. 왜냐하면 한국어가 특수어이기 때문이래요. 영어와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에 특수어래요. 

또, 영어 지문을 읽으면 '왜 말을 이렇게 하지?' 싶은 게 많아요. 예를 들어 우리는 "표시가 보여." 하지만 영어에서는 "sign이 나에게 말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 언어를 배움으로써 문화를 이해할 수 있고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고 하지만, 언어를 배우기 전에 문화를 배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맞아요. 저도 언어를 잘 안다고 그 문화를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문화를 다 알면 그 언어를 다 알 수 있다는 유튜브를 본 적 있어요. 

 

가린: 문화가 언어에 담겨 있다는 것과 관련해서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욕이 많지만, 일본어는 욕이 별로 없어요. 왜 그런가 알아봤는데, 우리나라는 문치주의라서 무력을 쓰는 사람을 속으로라도 욕을 했는데요, 일본의 경우는 무사가 권력을 가졌으므로 죽이면 되지 욕을 할 필요는 없었대요. 그런 거 보면 특정 언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문화나 역사가 끼치는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나영: 언어라는 것은 문화보다는 뒤처지기 마련인데요, 영어에 보면 감정을 나타내는 형용사가 있잖아요? ‘Angry’ 등.. 반면 우리나라는 '기분이 좋아', '화가 나' 정도죠.

이것은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문화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해요. 그런데 최근에는 변화되고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말하는 것에 익숙해져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화가 날 때는 영어로 말하는 게 더 적절하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나영이가 감정 표현할 때 영어를 쓰면 더 편할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한국 드라마 볼 때와 외국 드라마 볼 때요, 한국 드라마는 니가 어땠네 저땠네 한다면, 미드는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풀리는 면이 있어서 좀 더 후련한 감이 있어요.

 

혜원: 우리말은 서로의 어감이나 이런 걸로 해석을 하려고 해요. 그래서 오해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감정에 해당하는 말이 우리나라에는 적다기보다는 많긴 한데, 잘 활용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곰살맞다’와 같은 말이 제법 있어요. 

 

맞아요. 좋은 뜻인데 잘 사용하지 않는 말로 '기꺼워하다’도 있지요. ‘기꺼이’라는 부사로는 잘 사용하지만.

 

가린: 어려서 모국어를 배울 때는 좌뇌와 우뇌가 함께 사용된대요. 그런데 후에 언어를 배울 때는 좌뇌만 사용하므로 감정과 표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말을 할 때 감정을 실어서 연기하듯이 하면 좋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혜원: 그래요. 그냥 ‘행복하다’라고 말만 하기보다는 행복해 하며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어요. 

 

가린: 일본어에는 ‘아나타あなた’는 공손한 표현이에요. ‘키미きみ’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오마에おまえ’는 친구들끼리 쓰는 말인데요, 자연스럽게 ‘너’를 표현할 때 남녀의 지위가 드러나요. 남자들은 그렇지 않은데 여자들은 '아나타'를 써야 하거든요. 자신을 표현할때도 여자는 '와타시わたし'를 쓰지만, 남자는 '보쿠ぼく'나 '오레おれ'를 쓰지요. 여자만 공식적인 말을 사용해요. 이런 걸 보면 언어에 문화가 정말 많이 반영되어 있어요.

 

나영: 우리가 사용하는 '여자'라는 말에도 '계집아이'이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