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세 번째 수록작인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를 읽고, 인상깊었거나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구절을 낭독해 보았습니다.

 

사형이 집행되고 나서야 엄마는 엄마가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앞으로도 아무것도 모르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는 회사로 가는 버스 안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고 그 일에 대해서 영원히 입을 다물었다. 사람들은 그런 엄마에게 드디어 정신을 차렸냐고, 다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도 엄마의 내상을 들여다 보려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그건 엄마와는 상관없는 일이었고, 누구도 그 일로 엄마가 다쳤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109쪽) '01'이 선택하고 낭독한 부분

 

장소: 간접적인 거라도 충분히 아파할 수 있는데, 엄마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너무한 것 같아요.

 

구거투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본래 무슨 의미일까요? 

 

린: 나의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을 깨닫는 것 아닐까요? 그러나 성숙과 체념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조: 앞서 읽었던 '신짜오 신짜오'에서 투이가 속깊고 순진한 사람을 연기한다고 하는 구절이 있잖아요? 이렇게, 아마 다른 사람들을 위할 줄 아는 것이 본래 어른의 의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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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사랑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러니 너희 힘없는 인간들은 언제나 조심하고 사는 것이 좋을 거라고, 그 평범한 인간 여덟 명의 목숨 따위가 뭐가 대수냐고, 우리가 법이라고 하면 법이고 빨갱이라고 하면 빨갱이인 거라고, 꿇으라면 꿇으라고, 사람 같은 거 명분만 달아놓으면 쉽게 죽일 수도 있는 거라고, 그러니 입다물고 말이나 잘 들으라고.

그들은 나라에 의해서 살해되었다. (108~109쪽) '조'가 선택하고 낭독한 부분.

 

린: 저는 지금 군부 정권 때 시위하고 죽은 사람의 시체에 대한 소설을 읽고 있어요. 자유를 위한 희생을 보았어요. 그것과 관련해서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구절인 것 같습니다.

 

구거투스: 난 오히려 그 앞에 있는 "세상은 사람에 대한 사람의 사랑을, 제 목숨을 몇 번이고 팔아서라도 사람을 살려내고 싶다는 그 간절한 마음을 도리어 비웃었다."라는 구절이 매우 맘에 밟혔어. 세월호 희생자의 가족들 생각도 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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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심지어 이모가 안양에서 정확히 무슨 일을 하고 사는지조차 몰랐다.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던 그런 태도가 서서히 그들의 사이를 멀게 했고, 함께 살았던 시간 동안 쌓아왔던 마음들도 더이상 그 관계를 지탱해주지 못했다. (114쪽) ― '린'이 선택하고 낭독한 부분.

 

린: 배려라고 생각하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 그것 참 힘들다고 느꼈어요. 

 

구거투스: 순애 이모는 어렸을 때 '곰'과의 사건 때문에 표현을 하지 않기로 작정을 했지요.. 어떨 때는 표현하는 것이 나을 때가 있고, 어떨 때는 또 그 반대이니.. 그런 걸 알아가는 게 어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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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이모를 사랑했다. (100쪽)

엄마는 이모의 이야기를 더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115쪽) ― '준'이 선택하고 낭독한 부분.

 

준: 둘 다 이모에 대한 엄마의 태도를 설명한 문장인데, 엄마의 태도 변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구거투스: 저는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다시 읽으면서 더 눈에 띈 부분이기도 한데요, 이모가 혜옥을 오랜만에 식당에서 만났을 때 국의 건더기를 덜어주던 장면과, 혜옥이 이모의 집에 찾아갔을 때 통닭을 혼자서 허겁지겁 먹는 장면의 대비입니다. 이모의 변화가 참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