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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가고 싶은 것과 이사를 갈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라 보증금을 올리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고 월세를 더 내려면 수입이 늘어나거나 지출을 줄여야 했다. 현실적으로는 대출이 불가능하고 더 벌 수도 없으니까 쓰는 걸 줄여야 했다. 그동안 잠도 줄이고 게으름 피우는 시간도 줄이고 말도 줄이고 꿈과 기대와 감정까지 줄이며 살았는데 여전히 뭔가를 더 줄여야만 했다. (12쪽)

 

[각주:1]이나 나나 졸업 후 계속 놀 수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케이스다. 3개월, 6개월 일하고 2주 정도 쉬는 생활을 하다보니 서른살이 돼버렸다. 휴대폰 매장과 카페, 옷 가게에서 일했지만 명함 한 장 만들지 못했고 이력서에 적을 경력도 변변치 않다. 찡이나 나나 근면 성실했지만 그건 자랑도 자부도 되지 못했다. 기본 중의 기본일 뿐이었다. 주위 사람들도 다 시간을 쪼개고 욕망을 유보하며 살았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왔는데도 서른살의 겨울을 생각하면 인생을 대충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초라했다. (19쪽)

 

― 서유미 소설집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수록작, ‘에트르’ 중에서.

 

전반적으로 아주 꿀꿀한 느낌이 강하다. 달리 말하면, 매우 현실적인 청춘의 이야기다.

  1. 등장인물의 별명. 찡그리는 표정 때문에 붙었다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