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은 소설집, '파씨의 입문'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배움

황정은의 소설집.

무력하기 짝이 없지만 적어도 옆 사람에 대해서만큼은 깊은 애정을 지닌, 다양한 모습의 우리들이 등장한다.

작가의 유머[각주:1]는 덤이다.


인간 중엔 나와 내 동족을 두고 천적 없는 몸들이라 쓸데없이 번성한다고 불평하는 자도 있었으나 모르는 말씀, 인간이야말로 우리의 훌륭한 천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몸 다섯 차례의 죽음 가운데 던져지거나 머리에 무언가를 맞거나 되게 걷어차이는 등 적어도 세 차례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 인간이었던 점을 생각해 보면 고양이에 천적이 없다는 불평이란 자신들의 기질과 적의를 과소평가하는 우스운 이야기일 뿐이다.

— <묘씨생> 중에서.

 

나는 또 한 번의 일생을 두려워하고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이 그들의 손에 달렸으니 목숨조차도 내 것 같지 않은 이런 세상은 두 번도 성가시다.

— <묘씨생> 중에서.


나와라. 
나와라. 
노조 사무실 야밤 급습이 웬 말이냐 노점상 철거민 생존권 보장 비리구청장 물러나라. 
실크 팔십 퍼센트 스카프 만원. 양산. 양산도요 자외선 차단 안되는 양산 있어요.
나와라.
로베르따 디 까메르노 웬 말이냐 자외선 차단 노점상 됩니다 안되는 생존 양산 쓰시면 물러나라 기미 생겨요 구청장 한번 들어보세요 나와라 나와라 가볍고 콥팩트합니다 방수 완벽하고요.
아줌마 빤스는 국산이 좋아 국산 사세요.

— <양산 펴기> 중에서.


야간수당 없고 식비와 차비는 별도로 지급되지 않으며 근무중 다쳐도 회사가 책임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매달 이 내용으로 계약서를 갱신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언제든 회사를 그만둘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을 택하건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이것은 매우 합리적인 고용 시스템입니다. (중략) 위기를 기회 삼읍시다. 회사는 유연하고 여러분은 자유입니다. 아시겠습니까?

— <디디의 우산> 중에서.

 

  1. 물론, 아주 씁쓸한 맛의 유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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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학교는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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