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방과후수업 [광고로 읽는 인문학(2017)](link)에 대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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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은 중간고사 직전 방과후수업이라서, 학생들이 문법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면 광고를 제재로 삼아 국어문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만큼은 '광고로 읽는 인문학'이라기보다는 '광고로 공부하는 문법'이 된 셈입니다. 이를 위해서 구글에서 '지면 광고'로 검색을 해 보았는데요, 그랬더니, 아래와 같이 검색이 되었습니다. 

 

▲ 구글에서 '지면광고'로 검색했을 때의 화면

 

검색이 된 지면광고들을 대상으로, 하나씩 클릭하면서 카피와 바디카피들을 보고 그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주요 문법 요소들을 짚어주려는 계획이었지요. 

처음 본 광고는 아래의 광고입니다. 

▲ 대명라이프웨이의 상조 지면광고 ― "상조 서비스를 넘어 라이프케어까지"

여기서 저는 '넘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습니다. '넘어'와 '너머'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넘어'는 '넘다'라는 동사의 활용현태이고, '너머'는 명사입니다.

'넘어'는 동사이기 때문에 목적어를 취하거나 활용할 수 있고요, '너머'는 목적어를 취할 수 없고 관형어를 취하면서 활용하지 않습니다. 

위 광고의 경우, '서비스를'이라는 목적어를 취하고 있으므로 동사인 '넘어'를 사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 삼양사 기업광고 ― "기억될 90년에서 기대될 90년으로"

 

다음으로 본 광고는 삼양사 기업광고입니다. '90'이라는 숫자와 무한대 기호를 합쳐놓은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싶었는데요, 일단 문법적으로는 메인 카피의 '-되다'가 눈에 들어옵니다. 

'되다'를 사전[각주:1]에서 찾아보면 '되다'도 있고, '-되다'도 있습니다. 줄표(-)가 붙은 것은 접미사입니다. 이런 접미사 '-되다'는 명사와 결합하여 동사로 만들어주는 기능을 합니다. 위 광고의 경우에도 '기억'과 '기대'에 각각 '-되다'가 붙어서 '기대되다', '기억되다'라는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졌지요. 하나의 단어이므로 띄어쓰지 않아도 되고, 접미사가 붙었으므로 파생어입니다. 

그 아래에는 바디카피가 있습니다. 글자가 작으므로, 아래에 인용해 보겠습니다. 

 

오랜 전통으로 기억되기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고객의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이 되겠습니다[각주:2]

 

이 바디카피에서는 둘째 줄의 '더'라는 단어의 품사를 질문받았습니다. 뒤의 '되겠습니다'라는 용언을 수식하므로 부사입니다. 참고로, 이때의 '되겠습니다'는 접미사가 아니지요? 자립해서 쓰였으므로(띄어 썼으므로) 동사입니다. 

 

셋째 줄의 '위해'의 품사도 궁금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위해'는 활용이 가능하지요? '위하다'가 기본형입니다. 활용이 가능하다는 건 용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시제의 '-ㄴ-'이 결합 가능하므로 동사입니다. 

넷째 줄의 '꾸준히'도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 역시도 '꾸준하다'로 활용이 가능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용언에 '-이'나 '-히'가 붙으면 부사가 된다는 것입니다. 즉, '꾸준히'는 활용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나 '-히'가 붙었므으로 이 경우에는 '꾸준하다'의 어근 '꾸준'에 '부사파생접미사 '-히'가 결합된 ― 부사입니다.

 

바디카피에 두 번 반복되는 표현 '기업이 되겠습니다.'에서 '기업이'의 문장성분은 무엇일까요? 조사 '이/가'가 붙었으므로 주어처럼 보이지만, 보어입니다. 뒤에 있는 서술어가 '되다/아니다'이기 때문입니다. 

 

▲ 박카스 지면광고 ― "박카스 한 병이 많은 것을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본 광고는 박카스 광고(위)입니다. 

우선 메인 카피의 '한 병'. 이때의 '한'은 수사인지 수 관형사인지 참 헷갈립니다. 이 경우에는 뒤에 있는 '병'이라는 명사를 수식한다는 점과 '한' 뒤에 어떤한 수사도 결합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한'은 수 관형사입니다. '수사'라면 당연히 조사와 결합할 테지만, 관형사는 '조사'와 결합하지 않습니다. 

'많은 것'의 '것'은 어떤가요? 의존명사입니다. 의존명사이므로 자립할 수 있고(띄어 쓸 수 있고) 앞말인 '많은'의 문장성분은 관형어가 됩니다. '많은'의 품사는 활용이 가능하므로 용언이고, 그 중에서도 형용사이지요. 현재시제 선어말어미 '-ㄴ-'과 결합할 수 없잖아요. 

 

그 다음에 박카스 병이 말하는 듯하게 표혐된 대화 내용들을 살펴 보았는데요, 이게 의외로 오류가 많았습니다. 일단 오류만 짚어 볼게요. 

 

  • '화이팅' ➔ '파이팅'
  • '호강시켜드릴께요' ➔ '호강시켜 드릴게요' (본용언 보조용언은 원칙적으로 띄어씀. 약속의 종결어미는 -ㄹ께'가 아니라 '-ㄹ게'임.)
  • '추천해주셔서' ➔ '추천해 주셔서' (본용언 보조용언은 원칙적으로 띄어 씀.)
  • '걱정말고' ➔ '걱정 말고' ('걱정말다'라는 단어가 없음. 따라서 별개의 단어이므로 띄어 써야 함.)

 

그밖에, '평소에 하던 대로만'이라는 구절이 있는데요, 이때의 '대로'도 의존명사 '대로'와 보조사 '대로'가 따로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어떻게 구분하냐구요? 의존명사 '대로'는 앞에 관형어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띄어 쓰겠죠. 

보조사 '대로'는 앞에 체언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붙여 쓰겠죠. 

따라서, '평소에 하던 대로만'의 '대로'는 '하던'이라는 관형어를 취하고 있으면서 '만'이라는 조사와 결합된 의존명사 되겠습니다. 

 

  1. 제가 그냥 '사전'이라고 언급하면 그것은 '표준국어대사전'입니다. 네이버 사전이 이것의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네이버 사전에서 검색한 결과라고 보아도 됩니다. [본문으로]
  2. 이런 광고 카피에도 불구하고, '삼양사'의 창업주 김연수는 대표적인 친일파입니다.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일제에 국방헌금을 내고 학병 권유연설에 참여하는 등 친일행위를 했다”고 결정했지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