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방과후수업 [광고로 읽는 인문학(2017)](link)에 대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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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바시 641회 ―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 정철(카피라이터, 작가)

 

이 강좌의 교재는 <카피책>(정철 저)입니다. 이 책을 교재로 결정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 강연이 있습니다. 바로 카피라이터 정철의 세바시 강연,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입니다. 이 강연에서 정철은 글 쓰는 것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면서 '사람이 있는 광고'와 '구체성'을 강조합니다. 제게는 '사람'이 있는 광고가 매우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상업 광고를 흔히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허위, 과장이 지나치면 거짓말을 넘어 사기가 되어 버리지요. 더욱이 이윤 추구만을 목적하는 하는 상업화된 분위기 속에서 양심이나 기업윤리 같은 것은 우선순위에서 늘 밀려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상업 광고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양심과 직업 사이에서 딜레마를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습니다. 그래서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는데, '광고에 메시지를 부여하자'라는 나름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더군요.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하면서, 상품을 사게 만드는 것. ―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지요. 한편, 광고를 보는 대중의 입장에서도 삭막한 자본주의의 대표 매체를 통해 따뜻하고 인간적인 위로나 희망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양쪽 모두에게 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철 작가님의 강연이 더 마음의 울림을 줬는가 봅니다. 이 강연을 본 우리들은, 이제 광고를 볼 때 '사람이 있는 광고'와 그렇지 않은 광고를 구별할 줄 아는 안목을 갖추었습니다. 평상시에도 그 관점으로 광고들을 보면서, 비교하고 분석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아이폰4 TV광고  수화 편(2010).

 

아이폰 광고는 원래, 기계가 어떻게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가를 보여주는 광고로 유명했습니다. 당시 삼성이나 엘지의 스마트폰들은 스펙이나 이미지에만 치중한 광고만을 하고 있었지요. 그런 아이폰 광고 중에서 호평을 받았던 것이 있으니, 바로 아이폰4의 2010년 광고, '수화 편'입니다. 

 

이 광고에는 한 쌍의 남녀가 등장합니다. 화면을 보면서 수화로 통화를 하지요. 아이폰에 무료 영상통화기능인 '페이스타임'을 알리기 위한 광고입니다. '무료', '영상통화' 등의 기능적 특징을 명시적으로 강조하기보다는, 사람이 이 기능을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할 것인지를 제시해 보여준 것이지요. 카피 하나 없는 이 광고는 그런 점에서 광고에 사람을 보여주고 감동을 준 대표적인 광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이런 방식의 광고 덕분에,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에서부터 기계의 성능 향상보다는 인간의 필요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제품을 디자인한다는 이미지를 얻었습니다. (잡스가 인문학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도 크게 한몫 했지요.) 

 

 

▲ GS칼텍스의 온라인 광고 ― 마음이음 연결음(2017).

 

아이폰4 광고로부터 7년이 지난 최근에는 삼성과 엘지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의 광고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현대 자동차 광고도 자동차의 디자인과 성능을 강조하던 것에서 많이 탈피하여 사람의 삶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감성 광고를 많이 하고 있고요, 통신사 광고들도 그런 것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사람'이라는 테마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광고가 자주 만들어지는 만큼, 기업도 사람을 좀더 많이 소중하게 생각해 주면 좋겠네요. 

 

얼마 전에는 <마음이음 연결음>이라는 광고를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고 크게 감동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생각까지 들었는데요, 고객센터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전화를 받는 상담사들 역시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인식하게 만들어 여러가지를 크게 개선했다는 내용입니다. 'I am your Energy'라는 카피, 'GS칼텍스'라는 회사명이 부자연스럽긴 하지만, 이렇게 감동을 준 광고는 사람들이 끝까지 볼 것이고, 찾아서 보는 사람들도 생길 것이니, 광고 효과는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사람'이 있는 광고는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더 나은 사회에 기여한다는 점, 그리고 회사의 상품 개발의 방향과 가치, 철학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