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ip Zimbardo | TED2008

필립 짐바르도: 인간은 어떻게 영웅 혹은 괴물이 되는가

 

선한 인간과 악한 인간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상황'이 그렇게 만들 뿐이다. 특히 권위에 복종하는 것이 악을 방조하고 개인의 책임을 회피하게 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은 매우 눈여겨보아야할 포인트인 것 같다. 동영상 속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은 그런 면에서 매우 충격적이고도 중요한 실험이었다.

 
아직까지 한국사회는 저항보다는 권위에 복종하는 문화의 지배력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책임을 회피하는 지도층들이 많은 이유도 그러한 맥락일 것이다. 불보듯이 뻔한 혐의인데도 무죄로 판결하는 것, 상식과 원칙의 시선으로는 사면 대상이 아님에도 사면 결정을 내리는 판사들, 그리고 타당한 기소 사유가 아님에도 기소를 남발하는 정치 검찰들, 그들도 어쩌면 자신들이 진정한 판단의 주체가 아니었다는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밀그램의 실험에서 책임자의 권위에 밀려 전기고문 스위치를 누르던 '선량한 사람들'처럼 말이다. 과연 권위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은 그것 자체가 선의 소극적 실천인 것인가.


덧,
강연을 하는 '필립 잠바르도'는 모의 감옥 실험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런데 그 실험으로 인해 5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신경쇠약에 걸렸다는데, 그들의 삶이 희생될 만큼의 가치를 그 실험이 지니고 있는지 의문이다. 밀그램의 실험처럼, 그래도 사람의 마음이 다칠 수 있는 강도가 약하도록 철저한 구상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관중들은 웃었지만, 강의의 후반부 그의 아내에 관한 부분에서 나는 섬찟했다. 어쩌면 자신이 선의 수호자라는 영웅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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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11일에 썼던 글입니다.

현재의 생각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