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der en Dochter(아버지와 딸), 8분, 미카엘 두독 데 비트 감독(네덜란드), 2000

 

 

해석하기가 난해한 작품입니다. 자전거 바퀴와 바다, 자전거의 따르릉 소리 등 몇몇 상징적인 장치가 많이 쓰여서 몇 가지는 확신이 안 서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깊이가 참 깊게 느껴지는 작품이라, 누군가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척 공감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상적인 성인이 되려면 아버지로부터 독립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작품 속의 소녀는 아버지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끝내는 자신의 가족과 함께 최후를 맞이하지도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프로이트는 이러한 현상을 '고정화 현상'[각주:1]과 '퇴행'[각주:2]이라는 용어로 설명하였습니다. 그런데, 나는 아버지가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는 말도 없이' 떠났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싶어요. 소녀는 아버지가 다시 돌아올 줄 알았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돌아오지 못합니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이별이었던 거죠. 소녀는 고착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현실의 우리 또한 대개 이렇게 뜻밖의 이별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우리는 작품 속의 소녀처럼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의 흔적을 계속 좇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 마지막 장면의 의도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요? 즉, 이러한 이별조차 언젠가는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것이니, 현실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은 겁니다.

 

  

 

 

 

  1. 한 발달단계에서 머물고 다시 다음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현상. 어떤 특정한 단계에서 지나치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거부하고 그 단계에서 계속 요구되는 만족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본문으로]
  2. 현재 처해있는 발달단계에 적응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또는 고통스러워서, 그것을 이겨낼 수 없다고 생각한 개인은 전 단계, 즉 자기가 방금 벗어난 전 단계로 후퇴해 버리고자 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가리키는 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