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의 내용은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EBS 연계교재에 있는 문제 풀이 능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계획된 것입니다.


3학년 2학기 들어, EBS 문제집을 풀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지문과 보기와 선택지의 핵심어를 찾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하였습니다. 수업 구상 단계에서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은 2가지였습니다. 


1. 수업 중에서만이 아니라 따로 자습을 할 때에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2. 적어도 수업 시간만큼은 옆의 친구와 함께 하도록 하자.


그래서 나온 것이 문항 핵심어 찾기 활동 수업입니다. 이 활동의 의의는 다른 글에서 밝혔습니다.

핵심어나 낯선 어휘 찾기의 효과(http://googeo.kr/entry/findkeywords)


이 글에서는 이러한 공부방법을 어떻게 수업활동으로 이끌어내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우선 이 수업은 예습이 필수입니다. EBS 연계교재의 예습이라 함은, 한 번 풀어오는 것이지요. 풀고 채점을 한 상태를 저는 초벌구이라고 자주 표현하는데 딱 그 상태로 오면 가장 좋겠습니다.



1. 

학생들은 짝을 지어 앉습니다. 만약, 학생 수가 홀수라서 한 명이 남는다면 교사와 비슷한 역할인 수업진행 도우미를 맡겨도 좋고, 3명인 팀을 하나 만들어도 좋겠습니다. 2명이 파트너가 되는 이 단위를 앞으로 '팀'이라고 지칭하겠습니다.


2. 

3팀이 하나의 모둠을 이루게 합니다. 그리고 그 모둠의 모둠장을 뽑습니다. 이 활동에서 모둠장의 역할은 자기 팀이 모두 끝났다는 것을 교사에게 보고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교사에게 보고하는 방법은 교사와 눈이 마주쳤을 때 손을 번쩍 드는 것입니다.


3. 

각각의 팀은 짝과 함께 한 문항에 대한 핵심어를 찾습니다. 핵심어는 다음과 같은 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1) 발문, (2) 보기, (3) 선택지, (4) 정답 또는 오답의 근거가 되는 지문의 일부. 이 때 핵심어는 연필로 표시합니다. 팀원1은 자신이 찾은 핵심어와 팀원2가 찾은 핵심어를 비교합니다. 짝과 함께 범위와 위치를 조정하고 의견 조정이 어느정도 되면 색깔펜으로 표시하고 모둠장에게 보고합니다. 


4. 

모둠장은 자신이 속한 모둠의 팀의 활동이 모두 끝나면 손을 번쩍 들어서 교사에게 활동이 끝났다는 의사 표현을 합니다. 교사는 교실의 모든 모둠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역할의 전부입니다.

먼저 활동을 끝낸 모둠의 구성원들은 다른 모둠이나 팀을 도와줄 수도 있고, 좀 더 면밀하게 해당 지문을 살피며 짝과 함께 대화할 수 있습니다.

만약, 1~2개 팀으로 인해 전체적인 진행이 느려지는 경우라면 미완성인 채로 놔두고 다음 활동으로 진행합니다. 왜냐하면 미완성인 채로 놔두는 것도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완성효과를 의도하여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함입니다.


5. 

세트 문제를 이런 식으로 진행한 뒤, 선택지 핵심어의 경우에 한해, 해설지에서 제시한 것을 확인하도록 안내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형광펜으로 표시하게끔 합니다(즉, 연필➔색깔펜➔형광펜의 순으로 표시하는 셈). 해설지에서 제시하고 있는 핵심어보다 더 좋은 핵심어를 교사가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선택지 외에 발문이나 보기나 제시문에서의 핵심어는 교사가 제시하거나, 좋은 핵심어를 찾은 학생을 학생활동 시간 동안 교사가 관찰하여 그 학생에게 발표를 시킵니다.



...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위 3~4의 활동은 처음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핵심어 찾기 자체가 오래 걸릴 수도 있고, 짝과 의견을 일치시키는 것이 오래 걸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활동은 많이 헐렁하게 해야 합니다. 즉 과제를 제시하기는 하되, 완료까지는 바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연습이라서 단계별로 완벽하게 해 보는 경험도 필요하지만, 그랬다간 1시간에 5문제도 풀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안내합니다. ― '모든 핵심어를 다 찾을 필요는 없다', '모든 핵심어를 짝과 일치시킬 필요는 없다'. 절차가 복잡하면 어차피 아이들도 안 따라하더군요..


춤 동작이나 태권도 동작을 익힐 때는 처음에는 '부분 동작'을 연습합니다. 그러다가 이 동작이 익숙해지면 굉장히 자연스럽게 여러 동작들을 연결시키고, 나중에는 다음 동작을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움직이게 됩니다. 이런 원리를 두뇌에도 적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부분 동작처럼 핵심어찾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자동화되어 핵심어찾기를 하는 것이지요. 문제 풀이는 기술이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문제를 잘 푸는 아이에게 "어떻게 풀었어?"라고 물으면, "그냥요."라고 싱겁게 대답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 그 아이는 문제풀이 절차가 자동화된 것입니다.


...

매우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이러한 수업 운영 방법 자체는 매우 간단합니다. '수업 중' 활동으로 교사가 하는 발문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번 문제의 핵심어를 찾습니다. 개인이 찾으면 짝과 비교하고, 짝과의 비교가 끝나면 모둠장에게 보고하세요. 모둠장은 자기 모둠의 모든 팀이 끝나면 손을 들어 선생님께 보고합니다." 

(5문제가 세트 문항이라면, 이것을 5번 반복한 후,)

"해설지의 핵심어와 자기 팀이 찾은 핵심어를 비교하세요."

이게 다입니다. 다만, 위에서 언급했듯 보충이 필요한 지문이나 보기, 발문에서의 핵심어만 적절히 추가로 짚어주면 될 뿐입니다.



...

이렇게 되면 수업 중 교사의 큰 역할은 '관찰'이 됩니다. 관찰함으로써 학생들의 개별 특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개별 특성의 요소는 현행 입시 제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그러므로 교사는 이러한 것들을 바로 메모해두거나, 학생의 과제학습장에 "기록해 두거라"라고 하여 불러준 뒤, 나중에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내용이 질적 평가라면 양적 평가도 가능합니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모둠장, 적극적으로 짝과 함께 토의하는 학생에게는 교사가 관찰 중에 수시로 칭찬스티커를 줍니다. 한 시간에 하나만 받을 수 있는 이 칭찬스티커를 학생은 약속된 부분에 모으고, 날짜와 간단한 사유를 기록합니다. 학기말에 이것은 수업 참여도를 판단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가 될 것입니다.(관련 내용, http://googeo.kr/entry/sti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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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마무리 단계에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포스트잇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포스트잇과 관련한 다양한 정리 활동을 안내하고 시행하도록 합니다.(참고, http://googeo.kr/entry/class-start-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