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는 도서관에서 상주하며, 그곳에서 모든 정규수업을 하였습니다. 좁고 불편했지만, 서로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참 좋았습니다.


2013년, 도서관 담당교사였던 저는 

기존의 도서관 자리로부터 지금의 도서관 자리로 이동하면서 많은 꿈을 꾸었던 생각이 납니다. 비록 작긴 하지만 이 도서관을 알차게 운영하여 좋은 도서관 운영의 사례를 꽃피워야겠다고 다짐했었지요. 열악한 시설들로 인해 의기소침해지면서도, 작은 동네서점도 훌륭한 서점이 많은데 학교도서관이라고 그렇게 못할 이유가 있나! 하고 저 자신에게 용기를 마구 불어넣었더랍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들이 그래도 제법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도서관 '북콘서트'. 남들 앞에 서서 끼를 발휘하는 것을 은근히 좋아하는 '소심한 학생'들의 은밀한 욕구를 간파하고 막무가내로 출발한 기획이었습니다. 처음엔 출연진도 직접 섭외하고 그랬으나, 이내 훌륭한 학생들이 운영을 맡아 주어 금방 쉽게 자리잡은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그밖에 '토요명화극장'도 나름 호응이 좋았고, '독서사진공모전'도 진행하면서 나름 의미가 있었던 좋은 문화행사였습니다.



토요명화극장의 한 장면.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을 공유하는 이야기토론 시간은 영화를 소재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담임과 병행하면서, 도서관 운영은 우선순위에서 늘 밀릴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 나의 게으름까지 더해져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업무들만 겨우겨우 해나가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자연히, 그동안 머릿속에서 구상하던 많은 새로운 사업들은 연기되거나 폐기되곤 하였지요. 아쉬운 것들이 많습니다. 희곡 읽기, 인문학 토론, 모든 책 머리말 읽기 프로젝트, 불끄고 시 읽기 모임 등등..


독서토론부와도 잊을 수 없는 추억들도 이곳에서 많이 만들었습니다. 우린 이곳에서 수많은 토론대회를 준비했고,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고민했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적지 않은 학생들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 헌신적인 봉사를 하였습니다. 도서관을 운영하는 교사였을 때 이 학생들 덕분에 정말 큰 도움과 힘을 받았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말 고맙다, 얘들아!! ^^)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우리는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토론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곤 했습니다.



그랬던 도서관이 이제 사라졌습니다. 새로운 건물로 거듭나기 위해 철거가 된 것이지요. 부서졌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지만, 새살이 돋아 더 단단해져서 학생들에게 돌아올 것을 생각하며 아쉬운 맘을 달래 봅니다.


"수기도서관, 그동안 고마웠다."



도서관 안쪽에 걸려있던 칠판에 <관동별곡>을 소재로 학생들이 협력하며 벽화(?)를 그렸습니다. 이런 멋진 작품을 한동안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라 좋았습니다.


도서관 외관을 담은 사진이 별로 없더군요. 할 수 없이 졸업생들과 함께 도서관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