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Empleo(고용), 7분, 산티아고 그라소 감독(아르헨티나), 2008


한 남자가 있습니다. 여느 많은 시작처럼, 그도 알람시계를 끄면서 힘겹게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가 출근하면서 접하는 세상은 사람이 도구로 전락해 버린 세계입니다.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기 전까지 그는 다행히도(?) 이러한 물화(物化)로부터 비껴나 있는 듯 보이고, 그래서 보는 이들도 이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시킵니다. 하지만, 그러한 그마저도 또다른 누군가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감상자들은 충격에 빠질 것입니다. 자신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영화 속 상황은 현재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남이 처한 어려운 상황이 자신에게는 안 일어날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다. 사람은 기계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더욱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교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픈 것처럼 타인의 아픔에도 공감해 줄 수 있어야 하구요. 이런 점에서 자막이 다 올라간 뒤에 나오는 에필로그 영상은 개인의 각성을 보여주는 장치이고, 감독이 제시하는 나름이 대안일 테지만, 조금 아쉽기도 하네요. 저라면, 사물에 불과했던 사람과 사람이 서로 손을 맞잡는 것으로 끝을 맺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각주:1]


  

  1. 제17회 서울인권영화제에서는 이 애니메이션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 노동의 세계에서 위계 구조란 시작부터 존재해왔다. 이 애니메이션은 경제의 비뚤어진 논리를 아이러니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출처, 네이버 영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