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작가의 소설집 <쇼코의 미소>. 그 표제작인 '쇼코의 미소'를 2시간 동안 함께 읽었습니다.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를 김영하 작가의 팟캐스트에서 듣고 무조건 사서 읽기로 결심했던 소설집이었습니다. 꽤 기대했던 소설집이었는데, 역시 참 좋습니다.


수업 시간 중에 책을 읽고 남은 시간에 약간의 대화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 시간에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조: 이야기 속에서 소유와 쇼코, 두 인물들이 조금씩 자라고 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 장면에서 쇼코와 소유는 '우린 혼자'라고 말하지요. 그전까지 의존적인 상태였던 것이 비로소 '자립'의 상태로 성장한 것이 아닌가 생각돼요.

 

린: 마지막 장면에서, 친해진 것 같았던 소유와 쇼코가 다시 가까워진 것처럼 보이다가, 헤어질 때 소유는 다시 쇼코의 미소를 서늘하다고 표현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요. 


구거투스: 14쪽에 이런 구절이 있지요. "쇼코는 나를 보고 친절히 웃었다. 친절하지만 차가운 미소였다. 다 커버린 어른이 유치한 어린아이를 대하는 듯한 웃음이었다." 이 구절을 바탕으로 미루어 생각해 보면, 소유가 느끼는 차가운 미소는 '다 커버린 어른이 유치한 어린아이를 대하는 듯한 웃음'이란 의미인 것 같네요. 

다른 이야기할 사람은 없나요?


일동: (침묵).


구거투스: 나는 개인적으로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던 부분이 있는데, 소유의 할아버지가 소유 몰래 영화제에 소유의 영화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 밝혀질 때였어요. 


린: 영화를 안 본 것 아닌가요? 영화를 봤으면 왜 소유한테 보여달라고 했죠?


조: 쇼코의 편지에 영화제에 영화를 보러 갔다고 쓰여 있다는 건 그게 사실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구거투스: 아마도 할아버지가 다시 소유에게 영화를 보여달라고 한 것은, 영화를 보았는데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도 없고 궁금한 것도 물어볼 수 없어서였을 것 같네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왜 소유에게 영화제에 간 것을 숨겼을까요.. 소유가 느낄 부담을 배려했을 수도 있겠네요. (이 글을 쓰면서 생각난 건데, 할아버지는 화가가 되고 싶었다고 했으니 아마도 소유에게 있는 예술적 감각은 할아버지로부터의 유산일 가능성이 크다고도 여겨집니다. 생각할수록 발견되는 것이 많은 소설이네요.)


― 책을 읽고, 10분 남짓 나눈 대화.. '조'와 '린'에게 감사를..